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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3는 진짜 망했을까?

<오징어 게임 3> 리뷰

by 소려











야이씨….

X발 기훈이 형!!!!!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오징어 게임의 시즌 3가 드디어 나왔습니다. 사실 기다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멀뚱멀뚱 살고 있다 보니까 시즌 3가 나왔습니다.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보고 1년 동안 제가 얼마나 다음편을 고대했는지 아십니까. 근데 이번에는 시즌 3가 나오는 줄도 몰랐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본 리뷰는 <오징어 게임 시즌 3>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위기

소설의 구성 단계는 보통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다섯 단계로 나뉩니다. 시즌 2는 이 중에 ‘위기’에 해당하는 단계에서 끝이 났죠. 주인공이 열심히 쌓아 올린 걸 모두 무너뜨렸습니다. 성기훈이라는 인물이 무너집니다. 불살주의의 고결한 성기훈은 이제 복수귀가 되어 강하늘을 쫓아다닙니다.











숨바꼭질

평가가 갈리는 것 같은데 저는 ‘별이 빛나는 밤에’ 에피소드를 보며 시즌 1의 ‘깐부’ 에피소드가 생각났습니다. 근데 뭐 그럴 수밖에 없죠. 시즌 2 리뷰에서 제가 말했죠. 이제 서사 엑기스들만 남아서 가위바위보만 해도 재밌을 거라고. 그 묘미와 재미를 여실히 보여주는 에피소드였습니다. 비극과 비극이 교차하며 더욱 커다란 비극이 태어납니다.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칼과 열쇠를 들고 피의 술래잡기가 시작됩니다.











인간

성기훈은 처음으로 자의를 가지고 누군가를 죽이게 됩니다. 반란을 실패로 이끌었던, 혹은 실패로 이끌었다고 믿게 만들어주는 대호를 자신의 손으로 살해합니다. 홀짝에서도 치매 노인을 속이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것은 직접적인 살의를 가지고 행했다고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나약함을 드러내고 그것을 용서받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의도의 장면에 가까웠습니다. 이처럼 성기훈은 그동안 아주 노골적으로 불살주의 컨셉을 유지하는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신념을 깰 정도로 이 인물은 망가졌습니다. 그도 결국 인간적인 결점을 보입니다. 시즌 2 내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던 성기훈의 캐릭터가 드디어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엄마

할머니와 양동근이 각자 다른 역할로 숨바꼭질이 시작될 때부터 둘의 비극은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뻔하게 아들의 칼에 엄마가 대신 맞아주는 전개 정도로 향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할머니가 양동근을 찌른 게 이 에피소드의 품격을 올려주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할머니는 탐욕과 음모가 난무하는 피의 게임 속에서도 항상 ‘선’을 추구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아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가했을 뿐, 답답할 정도로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시즌 2의 성기훈과 비슷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 시리즈에서 ‘선’을 추구하기 위해선 대가를 내놓아야 합니다. 성기훈은 모두를 살려서 나가겠다고 객기를 부리다가 반란군 대부분과, 자신의 친구 정배를 잃었습니다. 그렇게 흑화하고 말죠. 자신이 치러야 하는 대가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닌 행동을 저지르려는 양동근을 자신의 손으로 막습니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선을 추구하던 이 인물은 결국 대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선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대가’, ‘인간으로 살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시리즈의 주제를 아주 잘 보여준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인 해석인데요. 저는 이 할머니가 실은 가장 이기적인 선택을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와 아기, 그리고 폭력적인 무력에 맞서 그것을 지켜야 하는 어머니의 모습. 할머니는 거기서 자신의 과거를 봤는지도 모릅니다. 남편에게 맞아가면서도 끝까지 아들을 지켜냈던 그녀의 모습을, 그리고 그 고통을. 그래서 그녀는 양동근을 찔렀습니다. 조유리나 아기를 죽이려던 양동근의 모습에서 자신의 남편의 모습을 봤습니다. 그리고 조유리와 아기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결국 자신의 아들을 죽이고 과거에 지키지 못했던 자기 자신을 지킨 겁니다. 너무나 이기적인 선택입니다. 그녀도 결국 인간이었습니다.











무당

아니 그래서 무당은 왜 나온 거냐고!!! 그냥 비호감 개그 캐릭터였냐고!!! 심지어 개그는 웃기지도 않았고 그냥 기분만 나빴잖아!! 퇴장은 왜 이렇게 쉽게 시키는 거야. 응? 무당 아줌마가 왜 민수 손에 죽어야 하는데?? 하나의 서사로서 전혀 가치가 없잖아!! 내가 저번에도 말했지!! 팔짱 끼고 보고 있겠다고. 근데 결국 결과가 이거냐 이놈들아!!











진짜 위기

숨바꼭질이 끝나고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성기훈은 드디어 인간의 위치로 내려왔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으며, 다시 이어질 뻔한 신뢰의 끈이 가차 없이 끊겨버리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은 인물들이 죽었죠. 제가 저번 리뷰에서 시즌 3는 분명 재밌을 거라고 했습니다. 많은 서사를 쥔 인물들 간의 격돌을 보는 건 그 자체로 흥미로우니까요. 하지만 이제 그런 인물들이 거의 다 죽었습니다. 희생에 비해 비극의 무게가 압도적으로 커졌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엄청나게 많은 재료를 갈아 넣은 것에 비해 나온 것은 그럭저럭 괜찮은 맛이었습니다. 시즌 3는 이제 유일한 무기를 잃었습니다. 이거야말로 ‘위기’입니다.











아버지

성기훈은 스스로의 무가치함을 증명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이끌어 혁명을 주도할 리더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신념을 끝까지 지키는 고결한 자 역시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그저 운이 좋다는 이유로 부풀어 올랐던 인물의 거품이 모두 꺼지고 바닥에 내려앉자 감독은 그에게 작은 미션을 하나 줍니다. ‘아기’라는 미션. 그것은 자신이 이 게임에 처음 참가했던 이유 중 하나이자, 성기훈이라는 인물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놓은 아주 말랑한 감정을 건드리는 일이었죠. 시리즈의 종미에 와서 그는 다시 ‘아버지’로서의 정체성으로 각성합니다. 모두를 구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이 아기를 무사히 데려나가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는 결국 영웅이 아니라 아버지였습니다.










줄넘기

줄넘기 게임은 시즌 1의 징검다리 건너기 게임을 떠올리게 합니다. 솔직히 징검다리는 전통 놀이스러운 느낌이 안 나서 많이 아쉬웠는데 줄넘기로 바꾸면서 그 아쉬움을 보완했습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만’ 보완했습니다. 모양새만 바뀌었을 뿐 전개 내용은 시즌 1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성기훈 씨가 자꾸 조유리한테 조금만 기다리라고. 내가 간다고 소리만 빽빽 지르는데 그래서 다시 넘어가면 어떻게 데려올 건지가 궁금하네요. 무슨 묘수라도 있었을까요? 결국 보여주지도 않고 끝납니다. 이건 뭔….

그리고 준희의 희생 역시 작위적입니다. 그냥 시간 끝나서 게임 오버되면 병정들이 총질할 텐데 굳이 스스로 떨어져 죽습니다. 그리고 그게 아주 고결한 희생인 것처럼 연출합니다. 그래서 준희가 죽는 것이 분명 슬픈 장면임에도 ‘아 그렇구나’ 정도의 감정 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는 뒤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죠.











박규영과 이진욱

이 사람들의 서사를 드라마에서 통째로 드러내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비약이 아니라 진짜로 아무 상관없습니다. 저는 박규영이 조유리 딸 데려다가 키우기라도 할 줄 알았습니다. 근데 그것도 아닙니다. 왜 나온 겁니까…? 얘들이 한 거라곤 도시 어부들한테 섬 안내한 것 밖에 없습니다. 근데 얘들 이야기에 한 시간을 넘게 태웠다고….? 드라마를 보는 중간에 2분짜리 인간극장 클립을 계속 끼워서 본 것 같은 기분입니다. 대체…. 대체 왜….?











도시어부

…. 하.. 얘네 이야기는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VIP

저번 리뷰에서 이 시리즈의 패착을 ‘신비감의 부재’로 꼽았었죠. 그 말에 가장 들어맞는 게 바로 VIP들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간의 밑바닥을 한낱 오락거리로 치부하고 즐기는, 그런 잔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건 그냥 홍대 외국인 클럽 같습니다. 장면의 무게가 너무너무너무 가볍습니다. 시리즈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1등 공신이었습니다. 나올 때마다 TV 끄고 싶었습니다 진짜. VIP에 모습은 아예 나오지 않거나, 등장할 거면 더욱 신랄하고 적나라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웹툰 <머니 게임> 시리즈를 보면 게임 주최자들의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검은 카메라 화면 너머로 그들을 계속 지켜보고만 있다는 묘사가 나오죠.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곳에서 내려다보며 잔혹함을 즐기는 이들. 우리는 그런 섬뜩한 상상을 할 기회도 뺏긴 채 서프라이즈 외국인 재현 배우들의 제작비 낭비 쇼를 봐야만 했습니다. 외국인 배우 출연비를 케이트 블란쳇한테 몰아줬나요?











장면을 위한 서사

아까 ‘준희의 죽음’ 장면에 대해서도 말했듯이 작위적인 장면이 너무 많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감독이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던 ‘이상적인 장면’이 있고 그 장면을 만들기 위해 캐릭터, 개연성, 서사를 희생해 가며 멋진 장면을 만들려고 했던 거 같습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죠 ‘준희의 죽음’, ‘성기훈에게 얼굴을 드러내고 칼을 건네는 프론트맨’, ‘아기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포기하는 성기훈’ 등 단편적으로 보면 아주 재밌는 장면들입니다. 다만 이 장면들을 만들기 위해 너무 많은 구멍들이 필요했죠. 대호를 죽였으면서 진짜 배신자인 프론트맨 앞에선 분노 조절 잘하는 성기훈의 모습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고, 굳이 아기와 성기훈이 둘만 남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게임 시작 버튼’이라는 쓰잘 때기 없는 설정을 갖다 붙인 것도 사족입니다. 감독이 그리고 싶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시리즈의 품격을 훼손시켜야 했습니다. 과연 이게 맞는 걸까요?

그리고 도시 어부들과, 박규영 이진욱 사이드도 철저하게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캐릭터들입니다. 섬을 전복하고 무너뜨린다는 기능만을 위해 희생됐습니다. 덕분에 서사에 매력이랄 것은 단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서사가 기능에 삼켜지면 창작물에선 이런 사태가 펼쳐집니다.











성기훈과 프론트맨

둘의 신념이 엇갈리는 것은 아주 멋진 그림입니다. 성기훈은 처음부터 계속 주최 측과의 신념 충돌을 일으켰습니다. 시즌 1 마지막에서 오일남과 그랬듯, 시즌 2에서 공유와 그랬듯, 그리고 프론트맨과 그랬듯이 말이죠. ’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한 존재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신념을 부딪히죠. 주최 측은 그것에 삼켜져 버린 괴물들이었고, 성기훈은 그것에 반하는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나약해서, 혹은 바보 같아서 선을 행했던 인물이 일련의 사건을 거쳐나가며 성장해 신념을 확고히 한다는 그림도 멋집니다. 시즌 1에서 ‘어머니의 죽음’으로 단죄받은 성기훈은 마지막에 아기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내놓음으로써 이번에는 스스로 자기 죄를 단죄하고 신념을 지켜냅니다. 비록 성기훈이라는 인물 설계의 구멍에 대해 떠들자면 입이 아프지만 서사의 청사진만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임시완

마지막으로 이 사람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죠. 바로 임시완 배우입니다. 이정재 배우가 하지 못한 역할을 임시완 배우가 해냈습니다. 마지막 게임을 이끌어 간 건 이정재 배우가 아니라 임시완 배우였습니다. 이 사람의 의중을 끝까지 알 수 없었던 건 연출의 문제보다는 배우의 연기가 너무 훌륭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고민하고 고뇌하다가 결국은 이기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인물. 배우의 연기만으로 명기라는 캐릭터는 너무나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미생 때 깜짝 놀랐는데 이 배우의 실력은 날이 갈수록 성장하는군요. 정말 놀랐습니다.










마무리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참겠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이 많이 느꼈을 거고, 다른 매체에서도 이미 많이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시즌 1은 수작. 2,3는 평작 정도였다는 평을 하고 싶네요. 하지만 넷플릭스 흥행 1위 시리즈라는 무게만 잠시 내려놓고 가볍게 본다면 적당히 가볍게 볼 수 있는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게임할 때 장면은 여전히 재밌었으니까요. 이 시리즈의 무기는 서사와 메세지가 아니라 ’컨셉‘입니다. 설교 들으려고 보는 게 아니라 자잘한 설정과 재미,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극을 보려고 하는 시리즈입니다. 그러니 마지막에서도 예고했다시피 다른 나라에서 ip를 수입해 만들기 좋죠. 벌써 기대가 됩니다. 넷플릭스 흥행 1등 시리즈의 막이 아쉬웠던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이 시리즈의 생명력은 길게 이어질 것 같습니다.

Squid game 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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