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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봄 봄이 왔네요

<극장판 체인소맨: 레제편> 리뷰

by 소려












봄봄봄 봄이 왔네요


소년 점프 플러스의 간판작 <체인소맨>. 기대를 한껏 모았던 애니화는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의 애매한 퀄리티로 흥행 부진을 겪고 말았습니다. 제작사는 일본의 굵직한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인 ‘MAPPA’. <진격의 거인>, <주술 회전> 같은 굵직한 작품을 만든 이력이 있을 정도로 실력과 품질은 보장되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죠. 하지만 체인소맨 시리즈 1기를 말아먹으며 차세대 원나블이라 불리는 ’ 귀주톱‘ 삼 형제 중에 귀멸의 칼날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으로 떠나버렸고, 같은 제작사에서 제작한 주술회전 시리즈에도 미치지 못하는 흥행 성적표를 받고 말았습니다.

위기에 빠진 시리즈를 구하기 위해 그녀가 떴습니다. 저 녀석은 위험해요 체인소님! 저 냄새! 저 녀석은 봄이야아아아아!

출처: 네이버 영화











제 아내입니다


모두 경배하라. 미물들을 구하기 위해 그녀가 직접 도래했노니. 레제 님의 미모 앞에 무릎을 꿇을지어다. 레제 그녀는 누구인가. 아아 레제 내 삶의 빛,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출처: 네이버 영화












시네필


크흠 저도 모르게 흥분해 버렸네요.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체인소맨>이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요? 다양한 이유들이 떠오르지만 그중에서도 특출 난 이유를 하나 꼽자면, 작가가 시네필이라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작가가 영화광이라는 거죠. 이게 왜 장점이 되느냐?

작품 전체적으로 영화적인 연출, 구도 등이 돋보입니다. 덕분에 다른 소년 만화와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죠. 원작 만화를 보다 보면 만화임과 동시에 영화의 콘티 같다는 느낌도 받게 됩니다. 어찌 보면 영상화에 최적화되어 있는 만화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애니메이션에서도 이런 점을 살려 작품 자체의 고유한 개성을 구축했다는 평을 들었죠. 이번 극장판에서도 이런 장점들이 힘을 씁니다.

몽타주 기법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원작 컷씬 특유의 툭툭 넘어가는 호흡을 적절하게 살렸고 왕가위 영화들에서 많이 보이는 ‘스텝프린팅’ 기법들을 사용해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연출을 극대화하기도 합니다. 태풍의 악마와의 결투 장면에서 이 기법이 적절하게 들어간 것도 몰입감을 높여준 좋은 연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빛의 질감이나 묘사 역시 군계일학을 보여주며 고유의 스타일을 구축했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작화


이번 극장판 인물 작화가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다르게 미묘하게 바뀌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조금 더 원작에 가까워진 느낌이랄까요? 아무래도 자본이 더 들어갔다 보니 작화 붕괴 없이 전체적으로 유려합니다.

괄목할 부분은 바로 액션입니다. 애니메이션 1화에서 그 유명한 ‘3D 붕쯔붕쯔’ 장면이 얼마나 많은 팬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는지 생각해 본다면 이번 극장판의 작화는 실로 놀라운 수준입니다.

우선 애니메이션에서 혹평받았던 3D 연출을 과감하게 드러낸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거의 없거나 아주 자연스럽게 군데군데 사용한 것 말고는 이질적인 장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귀멸의 칼날 제작사인 유포터블만큼 3D 연출을 잘 쓸 게 아니라면 저 또한 이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만큼 돈과 시간이 들어가겠지만 이런 간판급 작품들에 그 정도 투자는 당연한 것 아닐까요?

또한 ‘폭탄의 악마’가 등장하는 만큼 폭발 연출이 자연스레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수려한 작화는 물론이요, ‘임팩트 프레임’ 연출이 적극적으로 사용되어 화려함과 박력을 더한 점이 좋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동화가 탄탄하고 수려한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달리 체인소맨 특유의 거칠고 러프한 느낌을 잘 살려주는 연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기 때 욕을 먹은 게 꽤 마음 아팠는지 이번에는 가히 ‘작화 차력쇼’라 불릴 만큼의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더군요.

출처: 네이버 영화











요네즈 켄시는 신이야


음악 역시 좋았는데요. 반복적인 사용 없이 적재적소에 들어간 음악 연출 활용이 돋보였습니다. 레제가 옥상에서 살인마를 죽을 때 부른 노래는 실존하지 않는 노래라고 알고 있었는데, 만화를 보며 상상했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해 줘서 참 좋더군요. 또한 아키가 차 라디오를 틀며 나오는 노래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한몫했습니다. 개쩌는 장면에 개쩌는 노래가 나오는 이 맛, 쿠엔틴 타란티노가 괜히 생각나서 좋았습니다. 오프닝 노래를 담당한 요네즈 켄시는 뭐 그냥 신입니다. 다음에 또 내한하면 콘서트도 보러 가고 싶네요.

출처: 네이버 영화











오리지널 씬


내용으로만 봤을 땐 오리지널 씬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었습니다만 액션에선 굉장히 많은 오리지널 액션씬이 들어갔습니다. 만화에선 거의 한 화 정도로 마무리되었던 태풍의 악마 와의 결투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불려도 손색없을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이때의 구도, 연출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보통 이런 극장판에서 오리지널 액션신을 추가하면 과하다는 인상을 받기 십상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를 보며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요, 이번 극장판은 저의 이런 생각을 뒤바꿀 정도로 원작에 충실한 스타일을 재현하면서도 극장판 고유의 장면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마무리


원작이 있는 2차 가공 컨텐츠들이 쉽게 간과하는 것이 ‘왜 바뀌어야 하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면 그 이유가, 영화로 만들었다면 영화로 만든 이유가 작품 안에 녹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으로만 보여줄 수 있는 것, 영화로만 보여줄 수 있는 것, 뮤지컬로만 보여줄 수 있는 것, 책으로만 보여줄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그 컨텐츠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생겨야 좋은 각색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대부> 같은 걸작은 아니지만 적어도 제가 방금 말한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만화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과, 이 극장판으로 느낄 수 있는 매력은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이번 영화의 점수를 더 높게 쳐주고 싶군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도 잘 만들고 저 역시 재밌게 봤습니다만 솔직히 전체적인 완성도로 보면 <극장판 체인소맨: 레제편>이 더 뛰어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만들면 애니메이션 2기가 기대될 수밖에 없군요. 부디 좋은 퀄리티로 1부 완결 시점까지 꼭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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