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

by 소려

그림자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저 까만 그림자

한 치 앞도 보이지 아니하니

나는 그제야 우물 속에 몸을 던져

뒤집어진 세상의 주인이 되었다


믿음은 나약함의 증명

스치우는 녹슨 바람에도

스러지지 못하는 처량한 아이야

오늘도 기댈 곳 하나 없이

지친 밤을 홀로 지새우는구나


두려움은 나를 감싸고

공포가 쓰린 상처를 움켜쥐면

살갗을 타고 흐르는 붉은 핏방울

나는 광기의 사도

어둠이 두려워 어둠 속으로 도망친

비겁한 겁쟁이


나약한 자야 분노치 말아라

굳센 자야 두려워 말아라

내가 불이 되어 밝힐 수 없다면

어둠이 되어 비추겠노라

나는 동이 트기 전의 새벽

가장 어두운 밤의 지배자

홀로 남은 등 뒤에는

오직 여명만이 존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