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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작 Jul 04. 2024

01화. 김창옥교수님이 트로트가수인 줄 알았다.

여유가 불안한 나의 삶

일 년 전부터 새벽시간에 스터디카페 알바를 해오고 있다.

스터디카페 알바를 하는 시간은 새벽 5시부터 아침 7시 사이.


아이도 케어하며 본업을 시작하기 전 새벽에 할 수 있는 있는 일을 찾다가 발견해서 지원을 했고 작년 여름부터 일을 해오고 있다. 차차 이야기를 하겠지만 주말에는 새벽시간대 물류센터 알바에 블로그 포스팅 알바까지 하고 있지만 요즘 현 정부 물가에는 맞벌이를 하며 한쪽이 쓰리잡 포잡을 뛰며 벌어도 두 아이들을 충분히 먹이고 가르치기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본업도 따로 갖고 있고 아직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낮 시간이나 아이들을 케어해야 하는 시간대를 피해서 일자리를 찾다 보니 새벽시간대의 일 뿐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에게 따뜻한 말을 많이 들어보지 못하고 자라나 아이들 케어에 강박이 있는 나는 아이들이 잠잘때 만큼은 책을 읽어주고 하루 있었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큼은 꼭 내가 직접 하고 싶다는 의식이 강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내가 정말 좋은 엄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난 좋은 엄마가 아니다. 일을 하며 하루 종일 지쳐버린 몸으로 밤에는 화도 내고 소리도 지르며 아이들을 울릴 때도 있고 어쩌면 저런 강박조차도 내 만족을 위한 것일 수 있다.


새벽 5시. 이 시간대는 사람이 없고 의외로 많이 지루하다. 처음에는 조용하게 남의 눈치 안 보고 청소와 정리만 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일을 해오면서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지루하고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갔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스터디카페 청소 및 관리 일이 정말 '꿀~'이라 생각할 만큼 쉽고 돈을 더 벌 수 있어서 좋았는데 하면 할수록 새벽시간대에 매일 일어나 일을 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남의 돈 먹는 일 중 쉬운 게 없구나...'


마흔 넘어 다시 한번 느낀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청소를 했는데, 나중에는 잠깐씩 유튜브도 보면서 지루함을 달랬더니 제시간에 일을 끝내기 어려워 고민하던 중 김창옥쇼를 우연히 보고 이후부터는 김창옥쇼를 들으며 스터디카페 청소일을 해오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지난 김창옥쇼를 들으며 청소며 관리 일을 하고 돌아와서 글을 쓴다.

이곳이 내가 일하는 스터디카페이다

스터디카페 알바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난 김창옥교수님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가끔 연말이나 명절기간에 길가에서 토크쇼 광고 현수막이 걸린 것을 여러 차례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사실 난 이전까지는 김창옥이 트로트가수인 줄로만 알았다.


얼굴도 잘생기시고 쌍꺼풀도 짙으시고 젊고 매너 있게 생기시고 마이크를 든 사진만 보고 몇 년 전 유행했던 트로트 프로그램에서 출연 후 인기를 얻은 신인 트로트가수인 줄...


사실 처음 강의 앞부분반 들었을때 


'와. 뻔~한 이야기 하면서 돈 쉽게 버시네.저분 저런 말은 나도하겠네. 나도하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계속 듣다보니 헐~ 세상 이치를 꿰뚫어보는 분이시구나~ 싶다.


일 년째 유튜브를 통해 감사하게도 공짜로 강의를 들으며 맘의 위로를 받고 있지만 아직 한 번도 표를 예매해서 토크쇼를 갈 만큼 팬은 아니다. 어쩌면 돈 벌며 공짜로 듣고 위로를  받을 수 있어서 더 치유효과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참 아이들 키우는 엄마들은 나한테 돈 쓰는 게 참 아까운 법이니까.


올해 가을 추석 토크콘서트는 꼭 표를 예매해서 남편과 함께 다녀올 계획을 하고 있지만 이런 계획을 하면 꼭 어김없이 돈을 쓸 일이 생겨서 사실 장담하기는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도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지만 이미 나에게 여윳돈이 조금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귀신같이 알아채서 가족 중 누군가 치과에 가야 한다거나 집안 부모님이 아프시다거나 갑자기 장례식이나 결혼식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니 벌어도 벌어도 돈이 모이질 않는다.

반드시 누군가 쓰는 놈이 나타나고 정말... 버는 놈 따로 있고 쓰는 놈 따로 있다는 말이 맞다.


다음다음회쯤 이야기를 하겠지만 이미 쓰리잡 이야기가 나왔으니 살짝 미리 이야기를 해보자면 난 매일 새벽마다 가서 두 시간씩 청소며 관리를 하고 오는 일 말고 주말이나 공휴일마다 쿠팡 물류센터에 가서 주말알바도 하고 있지만 생활이 어려운 건 여전하다.


누가 시켜서 등 떠밀려 물류센터 알바를 나간 것은 아니지만 피곤하고 힘듦에 문득문득 화가 치밀어 오를 때도 역시 김창옥쇼를 들으면 왜 내가 이렇게 스스로 몸을 괴롭히며 화를 내는지 아주 잠깐이지만 나의 내면을 들어다 보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남편의 월급이 많지는 않지만 나도 본업도 있고 하루 두 시간이지만 스터디카페 일도 하니 생활이 아주 어려운 것도 아닌데 왜 물류센터까지 나가서 몸을 혹사시키고 있는지 설명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냥 그래야 맘이 편안하고 불안하지 않고 죄책감이 안 들어서였다. 그럼 이러한 나의 죄책감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거지? 난 왜 항상 마음이 힘든 걸까? 몸이 편하면 불안하고 죄책감이 드는 걸까?


행복한 순간에도 곧 아직 오지도 않은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항상 힘든 이유가 대체 뭘까.


김창옥교수님이 말했다.


"여러분,  몸이 편하면 죄책감을 느끼고 불안한 사람들이 있어요. 그게 왜인지 아세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 그렇게 돼요. 저는 아버지가 귀가 안 들리고 도박을 해서 돈을 잃고 집에 와서 엄마를 때렸는데, 항상 잘 살고 편하면 엄마만 그곳에 두고 왔다는 죄책감이 있어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데도 편치가 않아요. 즉, 여유가 불안한 사람들이 있어요."

하.. 그렇구나. 내가 항상 몸을 고달프게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힘들었던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


부모님의 싸움, 어려웠던 가정형편. 여유 자체가 불안한 거였다.

그럼 난 정말 몰랐을까? 알면서 일부러 외면하려 했던 건 아닐까..


유튜브를 통해 김창옥교수님의 강의를 세 번째 듣던 날 큰 깨달음을 얻고 나는 왜 항상 불안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용한 점쟁이보다 더 용하다! 이래서 아픔과 슬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들 찾고 치유를 받는구나. 싶었다.


여전히 팬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고 내가 괜찮아지려면 한참 멀었지만 요즘도 꾸준하게 김창옥쇼를 보며 치유받고 있다. 올해는 꼭 내 돈 내산. 표를 예매해서 토크콘서트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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