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by 손지우

발표


두근두근.. 드디어 오늘이다…

평소라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을 학원 선생님의 인사도 오늘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자 오늘 발표 할 사람은.." 선생님에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오게 전에 나는 귀를 틀어막고 눈을 질끈 감았다. 온라인 수업이어서 등을 돌리면 내가 그러고 있는 게 보이지 않았다. 내가 언제부터 이 지경에 있게 된 걸까?


한달 전.. 엄마가 나를 이상한 학원에 등록시켰다. 그 학원은 건물이 없고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하는데 자식 걱정이 많은 우리 엄마로선 가끔씩 와서 간식도 주고 격려도 해줄 수 있는 온라인 수업이 퍽 마음에 든 듯 했다. 그렇게 나는 온라인 학원에 들어갔다. 화면 창에는 아이들이 6~8명 정도 더 있었다. '적진 않네,1단계는 통과.' 난 어떤 곳을 가도 꼭 나만의 검문을 한다. 사람이 적은지, 재미있는지, 내 취향인지 등등. 일단 온라인 학원 창으로는 1단계는 통과다. 그때 학원 선셍님이 이런 말을 했다. "환영해요!,우리 새싹 친구들, 앞으로 여러분은 많은 글을 쓰고, 많은 공부를 하고,많은 발표를 할 거에요. 그때까지 잘 따라주면 선생님이 너무 고마울 것 같아요, 알겠죠? 새싹들, 파이팅!" 거기에서 내가 들은 말은,'발표' 였다. 난 발표를 끔찍하게 싫어한다. 오죽하면 초등학교 1학년 때 발표를 하다가 그만 울음을 터트리면서 그대로 넘어졌을까, 덕분에 내 별명은 '울보'가 되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셔서 가장 잘한 사람을 골라 매주 온라인 수업을 할 때마다 발표를 시킬 거라고 하지 않는가! 나는 최대한 숙제를 못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내 머리가 하필 안 좋은 때에 시동을 건 건지, 노력을 했는데도 난 100점을 맞고 말았다.


'어떡하지? 화장실 간다 치고 수업 끝날 때까지 나오지 말까?' 난 무표정하게 앉아있으면서도 속으로는 별별 생각을 다하며 다리를 떨었다. 그러던 차에 선생님에 길고 지루한 인사가 끝났고, "자, 그러면 이제 친구가 발표해볼까?" 라는 말을 선생님이 하자마자 컴퓨터 창에 있단 다른 아이들의 눈이 내 얼굴로 향했다. 무서웠다. 부끄러웠다. 어떤 말이라도 해야 했다."으음.. 저..저는… 무당벌.레…에..대..한 관찰으..을…" 무섭고 부끄러운 5분에 끝났고 선생님은 웃으며 나에 대한 칭찬의 말들을 늘여놓았다. 맨날 귀찮다고만 생각했던 선생님의 말들이 내게 제법 큰 위로가 되주었다."아주 잘했어요, 우리 새싹 친구!, 혹시 다음에 식물의 새싹을 관찰해 발표하는 대회를 열려고 하는데, 우리 친구도 참여할래요?"


물론 나는 참여하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