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by 손지우

가족


나는 돌맹이에요. 요즘은 다른 돌들과 수다 떠는 것을 즐기죠. 네?무슨 돌맹이가 그러냐고요? 다 거짓말이라고요? 으음, 당신은 조금 더 배우고 와야겠네요. 우선 내 소개를 할게요. 난 돌맹이에요. 이름은 모르고, 나이도 몰라요. 내가 알고 있는 건 단 하나, 내가 돌이라는 것뿐이죠. 그런데 무슨 돌맹이가 말을 하냐구요? 아직도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어요. 하지만 왜 나는 말을 하면 안되는 거죠? 당신도 지금 말을 하고 있잖아요.뭐라고요? 당신은 사람이니까 말을 해도 돼고, 나는 돌이어서 말을 하면 안된다고요? 과연 세상에 그런 법이 있을까요? 세상에는 우리 같은 움직이지 않는 하찬은 돌들마저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예의라는 걸 좀 더 배워야겠네요.



나도 말하고 생각할 권리가 있어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심지어 방금 막 생긴 지우개똥까지 마음이 있다닌깐요! 당신같은 사람들에게 이 말 한마디만 전할게요. 우리같은 작은 돌들도 말하고 생각할 권리가 있어요. 그런 것을 모르는 당신들이 바보일 뿐이죠. 자, 그럼 내가 마음으로 보고 들은 이야기,들어볼래요?



그날은 무척 칙칙한 날이었어요. 나는 잡초사이에 가만히 앉아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한 가족이 이쪽으로 다가오지 뭐에요? 그 가족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어요. 가족들은 재밌게 자전거를 타고, 행복하게 수다를 떨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았어요. 난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어요. 그 가족이 가고 나자, 나는 이상하게 다시 한번 그 가족들을 보고 싶었어요. 그 가족의 행복한 웃음소리를 듣고, 행복하게 활짝 웃은 얼굴을 보고 싶었어요. 마치 하늘까지 기분이 좋아진 듯 칙칙한 구름 사이로 별들이 살짝씩 보였어요.난 내일 또 그 가족이 오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다음 날 밤이 되자 거짓말처럼 그 가족이 찾아왔어요.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이상했어요. 가족들은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가끔씩 훌쩍거렸어요. 아이들은 침울하게 자전거를 타고, 엄마와 아빠는(무슨 돌멩이가 그런 것까지 아냐고요? 사실 나도 꽤 많은 일을 알고 있어요. 어쩌면 당신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지 몰라요.) 자전거를 내팽개친 채 서로 말다툼을 했어요. 잠시 뒤, 가족들은 서로에게 화를 내며 자리를 떠났어요. 나는 신기했어요.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인상이 확 바뀔 수 있는지 말이에요.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다가가서 위로해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나는 돌이에요. 물에 휩쓸려 가거나 바람에 날아가지 않는 한 움직일 수 없는 돌 말 이에요. 난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다음 날 밤에 또다시 가족들이 찾아왔어요. 이번에는 서로 등을 돌리고 있진 않았지만 관계가 서먹서먹해진 것 같았어요. 가족은 어색하게 자전거를 타다가 그마저도 그만 두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어요. 난 무척 놀랐어요. 데채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활짝 웃던 가족이 이렇게 서먹서먹해진 걸까요?


여기까지가 나의 얘기에요. 그 뒤로 가족들이 오지 않았거든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를걸요. 난 그저 그 가족들이 처음 왔을 때처럼 행복하게 지내고 있길 바랄 뿐이에요.


이 세상에는 많은 물건들이 있어요. 그 많은 물건들은 하나하나 각자 자기들만에 소중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요. 나도 그 수많은 물건들 중 하나에요. 부디 작은 물건들을 무시하지 않길 바래요. 당신도 당신만의 마음을 가지고 있겠죠? 항상 당신의 마음을 고맙게 생각하고 소중히 대해주어야 해요. 그 가족들도 자신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고 있겠죠?


탁탁.. 치르릉!치릉!

어? 이 소리는.. 가족들이 오고 있어요! 난 이만 가족들을 보러 갈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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