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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취미를 가져야 하는 이유

by 무연

취미란 무엇일까? 먼저 어학사전의 정의를 검색해보았다.

1.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즐겨하는 일 2. 감흥을 느끼어 마음에 일어나는 멋 3.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멋진 작품을 완성하고, 에너지 충만한 스포츠를 즐기는 것도 취미이지만,

굳이 취미라고 정의 내리지 않아도 여유롭게 계절이 바뀌는 걸 감상하면서 산책을 하는 것도, 해가 잘 들어오는 창가 한편에 자리 잡은 화분에 물을 주는 것도, 힘든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들기 전 맥주 한 캔과 함께 재밌는 영화나 드라마 한 편 보는 것도 취미이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상황과 취향, 기질이 있기 때문에 취미라는 것은 개개인에게 각자의 사정으로 다양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다양한 모습으로 어느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어떤 이들에게는 너무나 막연하고 뜬구름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고, 그저 생활 속에서 흘러가는 막연한 무언가가 아닌 구체적이고 집중할 수 있는 것을 찾길 바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의 글이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래본다.


나는 왜 '취미'를 찾아야만 했나?

숨구멍 하나를 만들고 싶었다. 나의 취미는 나의 취향과 나의 재능의 자연스러운 발현이 아닌 도피처였다.

일상에서 탈출할 용기는 없고 벗어난다하여도 나를 둘러싼 현실적인 문제를 놓을 순 없었다.

어떤 순간만큼은 잠시만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잊고 싶었다. 그리고 온전히 나를 위하고 싶었다.

그게 바로 취미였다. 취미를 통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를 위해 나의 시간으로 나의 방향으로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겪은 취미를 찾기 전의 마음가짐

취미라는 게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취미 하나 가지려고 하면 겹겹이 쌓인 안갯속에서 방향을 잡아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런 데다가 예전의 나는 왠지 취미라고 하면 전문적인 것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모습도 남들에게 보여줘야 되지 않을까 하며 남의 이목까지 의식을 하게 되니 왠지 그럴싸해 보이는 취미를 찾게 되었다(나를 위한다면서 남을 신경 쓰다니 참 모순적이었다.). 찾는 거부터 힘이 잔뜩 들어가니, 생각만 가득하고 쉽게 시작하는 거 하나 없었다.


그래도 어찌 되었든 일단 무언가 시작해보려는 동기가 생겼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괜찮다고 본다.

온전히 내가 순수한 호기심과 관심 때문에 생겨난 취미여도 괜찮고, 나를 남들에게 표현하는 수단으로 삼기 위한 취미여도 괜찮다. 다만 시작 전에 너무 큰 마음은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 가벼운 점프는 무릎을 살짝만 구부려도 되지만 큰 점프를 하기 위해서는 무릎뿐만 아니라 심호흡까지 쉬어야 하고, 뛰고 난 후의 착지까지 여러 가지를 고려하게 된다. 우리는 일단 가벼운 점프를 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어찌 되었든 무언가를 해볼까 하는 마음이 뭉근하게 피어오르는 것만으로도 이미 취미 생활의 절반 이상은 해낸 것이다.



취미를 찾고 난 후 중요한 점

무언갈 해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나면 일단 너무 기합을 넣지 않길 바란다.

그냥 아주 가볍게, '해보고 아니면 말지'라는 깃털 같은 마음으로 접근하길 바란다.

우리는 전공분야를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먹고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출퇴근을 하는 것도 아니다.

맘에 안 들거나 내키지 않으면 바로 그만두어도 되는 것이다.

내 주변에 취미생활을 하겠다고 필요장비를 모두 구비했다가 그대로 묵혀두거나, 1년 가까이 끊어놓은 헬스장을 3번만 나가고 만 사람들도 있다. 처음에는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만 가볍게 준비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다만 여기서 그만둘 때 이 부분은 유념하길 바란다.

가볍게 접근하는 마음과 함께 중요한 것이 있는데 가볍게 접근하되 최소의 목표치까지는 해내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최소의 목표는 일정한 수준의 실력까지 잘하라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베이킹 클래스를 신청했다면 절반 이상의 '출석'은 채워보자.

내가 스케치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완성을 해보자. 여기서 얼마큼 잘하고 얼마큼 결과물이 나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 처음 맞이한 그 순간부터 영혼의 단짝처럼 잘 맞는 취미도 있겠지만 오히려 반대로 생각만큼 재미가 없거나 흥미가 떨어지는 취미도 많을 것이다.

왠지 취미라는 것이 나의 취향과 재능에 딱 맞은 걸을 찾으면 처음 맞이한 순간부터 해낼 거 같지만

생각보다 처음 만나자마자 바로 확 와닿고 건 크게 없다. 오히려 반대로 재밌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나와 안 맞는 경우가 많다.

어떤 취미는 처음에는 정말 재미없고 지치다가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고 재밌어지는 취미도 있고,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달해야 재밌어지는 취미도 있다. 막연히 상상 속의 취미와 실제는 다른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나와 잘 맞지 않은 취미여서인지 내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인지는 한두 번 만으로는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드로잉이 그런 경우에 해당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크로키'라는 분야였는데, 짧은 시간 안에 슥슥 그려내는 인체의 선들이 너무나도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차올랐다.

그리고 시작하고 나서 알았다. 내가 시작하기 전에 생각한 만큼 재밌지 않고 내가 소질이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와 별개로 나의 흥미와 재능과 상관없이 끝까지 초급자 과정을 다 들었다. 예전에 잠깐 하다만 취미 생활(베이킹, 캔들 DIY, 수영 등)들을 그래도 꾹 참고 꾸준히 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예전 같았으면 한두 번 듣고 말았을 강의를 그래도 끝까지 들어보았다. 끝내고 나서 든 생각은 그래도 끝까지 들어보길 잘했다는 것이었고 처음 접해본 크로키는 그래도 처음보다는 재밌어졌다. 가끔 주말에 날이 좋으면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쓱싹쓱싹 그림을 그려보곤 한다.


취미를 찾는 법

1. 필요에 의해서 찾는 방법

취업준비 기간 내내 살뜰히 모아 온 살은 취업 후에도 내 몸을 벗어나지 않았다. 예쁜 치마도 입고 싶고 니트를 입었을 때 가녀린 팔뚝도 만들고 싶었다. 불어난 살 때문인지 피부 상태라던지 몸의 컨디션은 전체적으로 썩 그리 좋지 못했다. 살도 살이지만 체력도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친한 언니의 소개를 받아 그룹 pt를 시작했다. 처음 한 달은 근육통의 연속이었다. 어떤 날은 심지어 운동을 마치고 집까지 걸어가는 게 너무 힘들어 택시까지 타고 간 적도 있을 정도였다.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은 웃으면서 쉽게 쉽게 하는데 나는 녹초가 되어 옷 갈아입는 것조차 버거웠다. 비교대상이 있어서 그랬을까? 그냥 혼자서 했다면 너무 힘들어서 그냥 포기했을 텐데 같이 하는 사람들처럼 만큼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났다. 체력이 좋아지니 전체적인 삶의 질이 올라갔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쉽게 지치지 않으며 뭔가 온몸에 생기가 도는 기분이 들었다. 새로운 일을 접할 때, 전보다 의욕적으로 바뀌었다. 적당히 체력이 오르고, 어느 정도 살만 빠지면 그만 둘 운동이었다. 그러나 그룹 pt를 끝낸 이후 크로스핏, 주짓수, 킥복싱 등 내가 다양한 운동을 접하게 되었고 그 이후 운동은 내 생활과 뗄 수 없는 취미가 된 것이다.


2. 친구 따라가기

특별히 당장 필요에 의해서 해야 할 일이 없다거나, 혹은 혼자 하기 어색하거나 쑥스러운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나는 친구를 따라 가보는 걸 추천해주고 싶다.

나도 지금은 재밌게 운동하지만 처음 운동할 때 꽤나 낯설고 어색했던 거 같다. 다행히도 같이 운동하는 다른 이들이 나와 또래였고 운동을 코치하는 트레이너가 살갑게 다가와줘서 금방 적응했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어색한 마음에 그만뒀을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시작하기 어색하다면 그럴 때는 주변 사람들의 취미를 함께 해보는 것이다.

친구 따라 기타를 배우러도 가보고 베이킹 클래스에도 가보았다. 그리고 캠핑도 따라가 보았다.

혼자라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을 법한 분야들을 친구들과 함께하니 어색한 순간 없이 그 자체로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물론 기타와 베이킹은 조금 참고 더 다녀보긴 했지만 성향이 맞지 않아 두어 달 하다가 그만두었고

캠핑은 이제 가을, 겨울에 나에게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3. 때론 나 혼자 씩씩하게

요즘은 각자의 개개인의 삶들이 워낙 다양하고 바쁘기 때문에 혼자서도 취미를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시간과 자원이 한정이 되어있다.

요즘은 유튜버에서 거의 재능 기부에 가까울 만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정보를 단계적으로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놓칠 수 있는 부분도 챙길 수가 있다.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바탕으로 하나씩 배워나가다가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도 된다.

나 같은 경우는 반대의 경우인데 코로나 때문에 체육관을 못 다니게 되어

유튜브의 홈트 영상의 동영상을 많이 도움을 받았다

서로 보완적으로 잘 진행을 할 수 있으니 유튜브나 블로그의 정보를 먼저 이용해도 좋다.


어떤 취미든 100% 만족스러울 순 없다.

- 캠핑은 즐겁지만 치우고 정리하는 시간이 캠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 수영은 활력을 주지만 운동 전 후 준비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꽤나 소요된다.

- 체육관에 다니는 건 즐겁지만 퇴근을 하고 시간에 맞춰가는 것이 가끔 지칠 때가 있다. 체력도 분명 올라가지만 부상의 위험도 공존한다.

- 어찌 되었던 지출이 어느 정도 필요할 때가 생기는데 과다 지출이 발생할 수 도 한다.

- 취미 생활 때문에 나머지 일상(집안일)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밸런스를 잘 잡아야 한다.


취미가 준 나에게 가져다준 것

도피처를 위한 취미가 이제는 나의 삶의 전반적인 활력을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결과가 나쁘더라도 성과가 없더라도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꾸준히 하니 어느 순간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면 되는구나', '그럼 조금 더 열심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들은 취미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영역에서 접근할 때도 자연스럽게 적용이 되었다.

시작을 함에 있어 조금은 가볍게 시작하는 법과 유지하는 데 있어 너무 온 힘을 다하지 않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덕분에 급한 성미로 성에 차지 않으면 곧바로 그만둬버리는 습관도 자연스럽게 고쳐지고 있다.

차분히 나의 페이스대로 진행하면 된다.

처음의 나보다 1년 전의 나보다 한 달 전의 나보다 어제의 내가 기준이 된다. 그래서 나 자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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