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유치장의 철창 속으로 끌고 간 죄목이 긴가민가 하다.
거창하게 민주 투사가 되어 숨어 다녔다거나,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답시고 화염병을 들었다, 그런 게 아닌 건 분명하다. 어쩌면 민망하고 추잡스러운 죄목이었거나, 기억조차 못할 정도의 시시한 잡범이었는지도 모른다.
확실히 기억나는 사건의 전말은 이런 거다.
한적한 바닷가에서 차 안에 앉아 잠시 쉬고 있던 상황. 술 취한 청년 서,넛이 남자 한 명과 여성 세명인 일행에게 허락 없이 사진을 찍었다면서 어디서 줒어들었는지 초상권 침해 나불거리면서 여성의 폰을 내놔라고 시비를 걸었음. 여차저차해서 언성이 높아지고 여성들이 손찌검과 봉변을 당하는 모습을 코 앞에서 목격하게 된 것,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 다녀야 하는 비겁한 나는 쫄아서 차마 나서지를 못하고 차 안에 짱 박혀서 소심하게 114로 현행범 신고를 한 모범시민이 됨. 생각보다 대한의 경찰 순찰차는 총알같이 현장 출동을 했고, 바람처럼 사라지려던 나의 계획은 물거품이 된 동시 신고자, 목격자의 증인 신분으로 파출소까지 반강제 구인을 당함.
결코 파렴치범이나 흉악범이 아니란 사실은 조서를 긁적이던 경찰관의 한심스럽거나, 혹은 불쌍하게 훑어보는 애매한 표정만으로도 알 수 있다. 멀리 천안에서 친구들이랑 기분 좋게 여행 와서 졸지에 날벼락을 맞아버린 피해 여성 일행들의 힐끔거리며 괜스레 미안해하던 모습도 그랬다.
형의 시효 만료를 고작 한 달 쬐금 남겨두고 제 발은 아니지만, 하여튼 모범시민의 자격으로 끌려와 목격자 신분 확인 중에 체포되어 버린 어이없는 인간을 대하는 경찰관의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은 또렷이 기억난다.
"하이고, 장장 사 년 하고도 십일 개월을 용케 잘 버티다가...고마, 못 본 척했어도 되는 거 아닙니꺼."
"그러게나 말입니다."
"미납된 벌금이야 물면 되는 거지만, 어쨌든 경찰서로 인계가 돼야 됩니다."
그 망할 놈의 젊은 시키들 때문에, 끝까지 비굴하지 못한 오지랖 때문에 경찰관도 나도 서로가 민망하게 마주 앉을 수밖에 없었다.
수갑은 찼었나? 손목을 옥죄는 차디찬 기억은 없지만 확실치는 않다.
두 번 다시는 내 손이 아닌, 타인이 열어줘야만 내릴 수 있는 차는 안 타겠다고 결심했던 지난날의 맹서가 아차 순간에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