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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장에서의 하루...2.

by 김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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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유치장과 구치소가 어떻게 다른 건지도 몰랐다. 징역과 구류의 차이도 마찬가지였고.


격막이 쳐진 빽차에 올랐다.

일단 뒷좌석에 앉혀진다는 사실만으로도 괜한 주눅이 들고 기가 팍 꺾인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빽차의 뒷좌석에 구겨져 들어가는 순간 작은 깜빵에 갇힌 것이나 진배없다. 차창도 안에서는 열 수가 없고, 하차 역시 밖에서 누군가가 열어주기 전에는 나올 수가 없는 구조의 이동형 감방인 셈이다.

지구대 파출소에서 따끈한 돼지국밥 잘 얻어먹고 하룻밤을 지새운 후, 아침 녘에 파출소장의 업무 인수인계를 마치자마자 순찰차에 태워졌다. 호송을 맡은 젊은 남녀 경찰관 또한 지난날 증인 조서를 꾸미던 경찰과 다를 바 없는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뭐라 뭐라 속닥거렸다.

귀가 근질거렸다.


높다란 콘크리트 벽을 따라 두어 번 꺾어 들어가서 우중충한 회색의 철문을 마주하고서야 비로소 나는 죄수의 자격이 되었다는 사실이 확 와닿았다. 그래, 수갑을 찼었다는 기억도 난다. 몇 발짝 안 되는 길이 멀게만 느껴지고 비틀거렸던 이유가 손에 채워진 수갑의 무게 때문이었구나.


회색 철문 뒤에 숨겨진 풍경이 주마등처럼 잔상을 남기며 그려졌다.

우락부락한 거친 경찰관들이 윽박을 지르며 쥐 잡듯 잡겠지. 초장에 기선을 제압하려면 그럴 수 있지. 그리곤, 티브이에서 보던 것처럼 일단 껍데기를 홀라당 벗기고는 똥꾸녕도 벌리고 눈깔도 까뒤집으면서 마구마구 해부를 해댈 거고... 낄낄대며 온갖 조롱을 하겠지?그래, 난 죄지은 놈이니까.


확실히 그놈의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봤다.

티브이가, 영화가 사람을 조져 논거다.

티브이, 영화의 엄포는 만고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70년대 홍콩에서나 있었을 법한, 주윤발이 성냥개비 꼬나물고 바바리코트 휘날리면서 무제한의 총알을 날리고, 그 마구잡이 쏘아댄 총알이 스치기만 해도 악랄한 양아치 적들을 다 죽여버리는, 윤발이 형은 바바리에 총알구멍이 숭숭 뚫릴 정도로 많이 맞아도 결코 죽거나 무릎을 꿇지 않는 그런 간지 나는 영화. 죽을 때마저도 할 말은 다하면서 똥폼이란 폼은 다 잡고 장렬히 죽어가는 그런 영화.

왕가위가, 믿었던 윤발이 따거가 나를 속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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