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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인생...3.

by 김석철





견학용 관광 코스가 아닌, 진짜배기 석탄이 쏟아지는 곳은 열악하기 짝이 없는 흔히 막장이라 불리는 막다른 곳이다.

수천, 수만 년이 응축된 깊은 하데스의 영역마저 인간들은 거침없이 파고든다. 탄만 쏟아진다면 두더지 인간들은 지구의 중심 맨틀까지 능히 파먹을 수 있다.
어른 키만 한 뿌레카(굴착기)가 요란한 굉음을 울리며 가뜩이나 깊은 지하를 더 깊이 파 들어간다. 암반에 소시지처럼 생긴 다이너마이트를 삽입하기 위해 많은 구멍을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뒤에서는 곧 터질 석탄을 운반할 컨베이어벨트를 조립하느라고 끙끙 대며 생똥을 싼다. 지하 4,000m가 눌러대는 기압 탓에 무게는 훨씬 가중되고 피로도도 덩달아 높아진다.

폐가 돌처럼 딱딱히 굳어 서서히 죽어가는 불치의 진폐 환자가 되어 장성병원의 신세를 질 망정, 마스크를 확 집어던지고 숨이라도 크게 한번 쉬어보고 싶은 유혹이 심장을 두들긴다.



"발파!"
짧고 굵은 단말마의 고함소리가 갱도에 울려 퍼진다. 각자 안전한 곳으로 몸을 숨기면 발파공은 지체 없이 기폭장치를 누른다.
꽝하는 소리와 함께 시커먼 먼지와 한 덩어리가 된 세찬 바람이 무서운 속도로 좁디좁은 갱도를 타고 밀려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극한의 육체노동이 시작된다. 트레이로 쏟아지는 석탄과 바위 덩어리가 걸리지 않고 순탄하게 흘러가게 커다란 덩어리를 함마질로 잘게 깨부숴야 한다. 앞뒤로 선 후산부의 미친 듯한 함마질에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삽시간에 탄과 돌멩이가 산더미처럼 쌓여 트레이를 멈춰버리는 참사가 벌어진다. 선산부 고참의 쌍욕과 심하면 발길질이 사정없이 날아온다. 기진맥진 더 이상 쥐어 짤 기력은 벌써 바닥이 났는데도 함마질을 멈추지 않는다. 헐떡이는 거친 숨소리는 마스크에 막혔고, 장화까지 땀으로 가득 차오른 지는 한참이나 지났다.

석탄은 곡괭이나 삽으로 캐고 퍼는 게 아니라, 폭탄으로 무너뜨리는 거다.

연탄 한 장을 얼굴에 묻히고 갱도를 나서는 광부들은 한결 같이 무표정하다. 무사히 또 하루를 살아낸 자들이 갖는 최소한의 안도감도 엿볼 수가 없다. 모두가 석탄을 뒤집어썼기 때문에 감정이 조금도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다.

초보 광부는 암만 박박 문질러 씻어도 꼭 시커먼 흔적이 남는다.
나는,
'너구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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