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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대가리!

by 김석철



영원한 닭 대가리.




"야이, 닭.대.가.리.야!"

도대체 닭이 얼마나 한심하고 맹하길래?

세상에 존재하는 조류의 70%를 차지하는 닭.

믿거나 말거나 별 신빙성은 없지만.....
침팬지; 70. 돼지; 65. 코끼리, 돌고래; 60. 개; 60. 고양이; 50. 사자; 40. 까마귀; 20 쥐; 10. 금붕어; 2.
드디어 나쁜 지능의 대명사 닭!
두구두구두구......7~10!!!

쥐와 거의 동급이다. 그나마 생선대가리보다는 낫다는 게 어디냐.


뭔가를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사람에게, ' 노루 고기를 삶아 먹었나?'라고 하는데, 이 노루란 녀석은 사냥꾼을 만나면 냅다 꽁무니 치다 순간 자신이 왜 도망치는지를 잊어버린다는 거야. 아무 생각 없이 빈둥거리며 딴청 부리다 매복해 있던 사냥꾼에게 포획이 되는 거지.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다급하면, 제 눈에만 안 보이면 되는 거니까 엉덩이는 쳐들고 대가리만 박고 숨어있는다는 꿩을 비롯한 노루나 까마귀는 죄다 15 언저리의 돌대가리임이 분명하다.


장끼, 까투리, 꺼병이


몇 해 전, 방사닭을 키울 때 떠돌이 개의 습격으로 닭장이 초토화가 된 적이 있었다. 널브러진 사체와 흩날리는 닭털이 학살 현장의 처참함을 파노라마처럼 비춰주었다.
쥐에서부터 뱀, 매, 족제비 등등 온갖 적들의 표적이 되지만, 유독 개의 공격은 몰살을 시켜버리니 문제다. 본능이 각성되면 멀쩡하던 개도 미친 듯이 살육을 저지른다. 퍼덕이는 개체면 먹기 위함이 아닌 단순 유희로 사냥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 개는 물지 않아요.

사냥 본능이 완전히 퇴화되어 개보다는 완구에 가까워졌거나, 생존의 조건이 충족되어서 결핍을 못 느껴 그럴 뿐이다. 개의 꼬랑지에 속지마시라.

닭의 생존을 위한 방어술이란 게 또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왜 닭대가리, 닭대가리 하는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명색이 날개를 단 조류란 놈이 공격을 받으면 높은 데로 날아 올라가 버리면 될 텐데, 굳이 구석진 곳으로 가서는 대가리만 처박고 있다. 실제 방사된 닭은 2,30미터 정도는 너끈히 날아다닌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는 뭔 개 풀 뜯어먹는 소리.
닭의 생존전략은 적극적 저항이나 도피가 아니라, 제 보다 약한 놈을 희생양 시키면서 생존 시간을 버는 쪽이다. 제일 깊은 안쪽으로 들어가면 바깥에 있는 놈들부터 희생당할 테고, 그만큼 당할 확률이 줄어드는 셈이니 딴에는 머리를 굴린다고 굴린 꼬락서니가 그렇다.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들이 보여주는 생존 전략은 한결 같이 경이와 감탄 그 자체인데, 닭들에게선 예외다. 되려 죽으려고 발악을 하는 모양새다. 아까운 죽음이 아니라, 죽어도 싸다 싶은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닭.대.가.리' 란 말이, '죽어도 싼 놈'이란 욕과 다를 게 있을까. 멍청함을 넘어선 치욕이다.

산발치에서 자지러지게 훼를 치는 소리가 들린다. 시도 때도 없이 존재를 드러내고 싶은 모양인데, 그저 죽어도 싼 닭대가리의 한심어린 치기에 불과하다.

다행인지 돌쇠인 나는 여태껏 닭대가리 소리는 듣지 않고 살았다. 가끔 개대가리라고는 하더라만.

그 나물에 그 밥인 개대가리들이 죽어도 싼 닭대가리들을 앞세워 요란하게 짖어댄다. 똥오줌 분간도 못하는 무지몽매한 닭대가리들이 토사구팽의 길임을 모른 채 우르르 몰려든다. 그리고 훼를 친다.

역사를 퇴행시키라고.


닭대가리 전성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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