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여세합을 논하노라...1

by 김석철



그는 시대의 이단아, 역사의 반항아였다.

스스로 멸족의 수치와 능지처사의 길을 선택한자, 허균이다.


수백 년을 건너뛰어 만나게 된 허균선생은 한 줌 먼지에 불과한 나를 다그치고 회초리를 드셨다.

어딜 보느냐고 물으셨다. 아무것도 보이지도, 볼려고도 않는다고 말씀드렸다.

깜깜한 나날이었다. 호사유피, 인사유명이랬는데, 유명은 고사하고 늦가을 들풀처럼 그렇게 사는 대로 살다 사그라드는 게 내 모진 운명인 줄 알았었다.

꿈은 사치였고 세상은 미웠다. 온몸에 핏멍이 들고 산발이 된 허균선생은 내게 낮게, 그리고 천천히 말씀하셨다. 서러우냐?


아뇨, 화가 납니다. 너무너무 화가 납니다.

세상에 대해서냐, 너 자신에 대해서냐. 선생님, 제 태어난 날이 원망스럽고 화가 납니다.

가까이로 오너라.

이런 세상에.

나를 만나러 오신 선생님의 힘없이 늘어진 도포자락 안에는 손, 손, 발, 발이 없었다.

선생님은 무엇을 보셨고, 어떤 꿈을 꾸셨습니까?

글쎄다, 내가 꿈꾼 세상이라...

나는 그저 '불여세합'했을 뿐이란다. 세상과 같지 않겠다, 타협하지 않겠다 그런 것이었지.


후회는 없으십니까?

선생께서 되물으셨다. 단호한 어조로.


"무엇이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