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가는 풍경...5

오줌싸게

by 김석철




용심쟁이 덕배 할배한테 가서 소금 한 되박 얻어오라며 등을 떠밀었다. 빤쓰 차림에 빨간 바가지를 뒤집어 쓴 채 슬리퍼 끌며 터덜터덜 걷는 뒷모습을 엄니는 대문 앞에 서서 한참을 째려보셨다. 빨랑 가라고 손을 휘휘 저으며 인상을 팍 일그러뜨렸다. 후딱 안 가고 뭘 밍기적대냐는 말은 달싹이는 입술로 미뤄봐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할배요, 옴마가 소금 좀 얻어 오라는데요?"

다행히 볼 때마다 요놈의 자슥, 꼬추 좀 따 먹어보자며 심술을 부리는 덕배 할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헐렁한 몸빼 차림의 할매가 빼꼼 문을 열었다.

"우리 강새이, 댓바람에 뭔 일일꼬?"

"옴마가 소금..."

"알겄다, 쪼깨이 기다려 봐라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덕배네 할매는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머금고서 부리나케 부엌으로 사라졌다.

머리에 뒤집어썼던 바가지를 내미는 순간 뒷짐을 지고 있던 할매가,

"옛다 요놈! 소금 받아랏!"

벼락같은 소리와 동시 등 뒤에 감춰뒀던 밥주걱으로 다짜고짜 싸다구를 사정없이 내려쳤다.

소금은 고사하고 날벼락을 맞아 눈물 콧물이 범벅인 면전에 대고 엄니는 오지 꼬시다, 맞아도 싸다, 뭐 잘한기 있다꼬 찔찔 짜고 자빠졌노, 한번만 더 이불에 오줌 싸면 꼬치를 확 떼삘끼다 알겄제? 그랬다.

다리 밑에서 줒어왔다더니 참말인 모양이었다. 고깟 이불에 지도 한 번 그렸다고 댓바람에 뺨따구를 사정없이 철썩 올려붙이는 마귀 할망구나 매정한 엄니나 다 한 통속이었다. 고작 여섯살박이 코찔찔이 얼라한테 말이다.

덕배네 뺑덕할미에게 호되게 당한 이후로는 희한하게도 아랫도리가 뜨뜻하다는 낌새가 오면 여차 없이 눈이 번쩍 떠지는 거였다. 할매 손은 약손이라더니 확실히 쭈굴망탱이 마귀 할망구는 신통방통한 재주가 있었다.


동생 녀석은 화만 나면 제 성질에 못 이겨 옷을 홀랑 벗어던지고 가버리는 고약한 버릇이 있었다. 빤쓰만 걸치고 털레털레 건들거리며 문을 박차고 들어서면,

"우리 북실이, 우리 순딩이를 또 어떤 놈이 보골을 채웠을꼬?"

홀라당 벗은 동생에게 밥주걱은 커녕 돌콩만 한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셨다. 내게는 똥쟁이, 오줌싸게라고 바리바리 놀려대던 뺑덕할멈 일당이 유독 동생의 패악질에는 그토록 관대할 수가 없었다.

순하기는 했지만 돌콩 동생은 유난히 누런 코를 달고 살았다. 소매로 얼마나 훔쳤는지 소매에서 반질반질 광이 났을 정도였다. 정말 추잡스러운 녀석이었다. 혓바닥으로 날름 핧아먹거나 숨을 크게 들여 마시며 꼴딱 삼키기도 했다. 한쪽 콧구멍을 막고 힘차게 흐응 불면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고 수차례 시범을 보여주었는데도 쇠귀에 경 읽기였다. 나오면 핥고, 흐르면 삼키고. 하여간 더럽기 짝이 없는 상종 못할 녀석이었다.

그런 코찔찔이 동생을 놀랍게도 덕배네 할머니를 포함한 골목길 일당들이 유난히 좋아했다. 이 모든 사태는 단지 갓난아기 적의 순둥이 이미지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다리 밑으로 친엄마를 찾으러 갈 거라고 굳게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