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의령군 부림면 입산리 168번지.
매무새를 다잡고 길을 나섰다.
수일 전부터 짓눌러대는 먹먹함과 우중충한 잿빛 하늘을 이끌고 나선, 4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발걸음이었다.
113km. 내비게이션은 1시간 50분을 말하지만, 내겐 40년이나 걸린 머나먼 여정이자 기다림이었다.
백산의 땅이 나를 불렀던 이유를 물어야 했다.
층층이 퇴적을 거듭한 이 답답함에 대해 백산은 어떤 답을 준비하고 있을까.
(백산 안희제 생가)
오랜 세월 맘을 옥죄던 역사의 방관자란 '부채의식'이 근래에 들어서는 잠을 설치게 할 만큼 숨통을 조여왔다.
분노, 수치, 답답함... 모든 게 역사를 외면한 나의 무기력과 비겁함에서 시작되었다.
떠나기로 했다.
과거로의 소환, 꼬여버린 매듭을 풀 첫걸음이었다.
변덕스러운 하늘이 거제에서부터 여우비를 내리더니, 고성, 함안을 지나 의령땅을 밟기 무섭게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작달비로 변해버렸다.
쉽게 허락되지 않는 백산의 땅이었다.
(독립유공자 백산 안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