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단 소감.

by 김석철




어지간히 오래 살아있다란 말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환갑 진갑 다 지났다라고 합니다.

육십갑자의 시작점인 갑으로 돌아온다 해서 육십일 세가 되는 해가 환갑이 되는 거지요. 이듬해가 진갑입니다.

'기생 나이 서른이면 환갑 다 지났다'란 표현으로 미뤄봐서 인생 환갑이면 좋은 시절 다 보내고 뒷골방으로 나앉을 퇴물 신세나 다름없다는 의미인 듯싶습니다.

예전에는 사람의 수명이 그만큼 짧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늘어진 평균수명만큼이나 이러구러 어깨짐 역시 내려놓지 못할 거란 얘기이기도 하잖아요.


미리 새해를 맞았습니다. 하루 이틀 빠르고 느린 건 별 의미도 없습니다.

숫자가 바뀐 새로운 달력이 쥐어지기도 전부터 미리 앞서 신년 계획을 그렸습니다. 그나마 계획, 목표란 게 있다는 게 어딥니까.

환갑쯤 되면 앙쥐고 태어난 주먹을 펼 만큼 다 펴게 되거든요. 광야 같은 인생길에서 배우는 궁극의 길이, 펴고, 비우고, 내려놓고, 뒷걸음질 치는 법이거든요.

불혹, 지천명, 이순이라더니 공자님이 뻥을 친건지, 제가 어리석고 열쭝이라서 그런 건지 불혹은 개뿔, 지천명은 아예 근처에도 못 가봤습니다. 그나마 세파에 치일대로 치이고 산전수전공중전까지 다 겪다 보니 쬐끔은 알게 된 것도 있긴 해요.

'모른다'는 겁니다. 잘 모르겠어요. 살아보니 인생사가 그닥 거창한 거 같지도 않고, 아득바득 발버둥을 치지만 그 역시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게 아무래도 내가 낫살을 거꾸로 먹나 봅니다.

원단의 해가 솟아올랐는지 인증샷이 마구마구 뜨네요. 어떤 이는 산마루에서, 또 어떤 이는 수평선 아득히 너머에서 솟구치는 일출을 보여줍니다. 다들 참으로 부지런들 하십니다. 따땃한 이불 뒤집어쓴 채 이런저런 생각으로 뒤척이면서 새해 첫 시간을 맞는 나 같은 사람도 있는데 말입니다.


꿈도 계획도 자꾸만 쪼그라듭니다.

올 계획은, 일단 4만 단어가 수록된 초중등 학생용 국어사전 정독하기, 책 읽기 50권, 그리고 시시한 계획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여명의 새벽, 산마루에서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요. 포말이 부서지는 바닷가에서는 저마다 어떤 꿈을 꾸었을까요.

보나 마나 십중팔구는 가족 건강하고 무탈하게 한 해를 보낼 수 있게 해 달라고 빌었을 겁니다. 롯또 1등 당첨되게 해 주세요, 돈벼락 좀 맞게 해 달라고 빈 사람도 틀림없이 있었을 겁니다. 좋아요, 좋아.


내 벗들 모두 다 로또도 맞고, 돈방석에도 앉아보고, 출세했다고 현수막도 큼지막하게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가족들, 친구들 건강하고 더 많이 사랑하게 해 달란 소망은 꼭, 꼭, 꼭 이루졌음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