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던진 돌멩이

봉화마을에서.

by 김석철




깊은 주름의 노인이 있었다.

무릎을 세우고 구부정한 모습으로 쪼그려 앉은 이의 손가락 끝에 깜부기불 꽁초가 걸려있었다.

어르신, 게서 뭘 하시오. 어딜 좀 가볼까 생각 중이라오. 멀리로 가나 보오? 글쎄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 두렵소? 그럴 리가요.

아참, 젊은이. 담배 한 까치만 꿔주소.



돌멩이가 소리쳤다.

너럭바위 깊은 바닥을 꾸역꾸역 헤집고 올라온 외침이다.

깨어라고.

그래서 기어코 끝내 이기라고 울부짖는 울림이었다.


민망해진 눈시울이 야속하다.

운명이다, 운명이다.

떨구고 가버린 운명의 부스러기는 어떡하란 말인가.

미안해 말라고 하지를 마시라.

죽은 자가 일어서고

돌멩이가 저토록 아우성을 칠 거란 건

정녕코 몰랐단 말인가.

왔다 가는 걸음이야 뉘라서 붙잡을 수 있을까.

남겨진 자들에게 던진 미완의 숙제는 가혹하고 무겁다.

산 자는 머리를 풀고, 죽은 자는 무덤에서 일어나라 한다.

돌멩이가 소리를 친다.

바보의 외침이다.


보시오, 영감.

당신은 참으로 비겁하오. 아니, 잔인하오.

당신 덕에 나는 망해버렸소.

어찌 그런 한심스럽다는 눈으로 힐난하시는 거요.

나의 냉소는 어디서 온 거요?

당신의 주검이 증명한 건 또 뭐요.

미안하지만, 당신의 꿈은 여전히 요원하다오.

역사는 진보한다고 믿질 않소.

우린 벌써 두 번씩이나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맞섰다오. 그리고 같은 말로 외쳤소. 이번에는 끝내리라. 이번에는 기필코.

압제, 불평등, 부조리, 차별...

내 같잖은 냉소의 기저는 분노요, 참을 수 없는 울화.


미안해 마시오.

이 또한 운명인 것을.


꿔간 담배나 갚으시오.





(사저에서 유일하게 CC TV 사각 지역이었던 서재 뒤편의 구석자리, 쪼그리고 앉아 생담배를 태우던 영감을 만난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