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때에 맞춰 절대지존은 어김없이 바람처럼 나타난다.
장목면 상유의 고즈넉한 바다에 물이 빠지면 초라한 행색의 은둔 고수는 대바구니를 어깨에 짊어지고 뒤뜰에서 꺾어왔을 제 키의 서너 배는 됨직한 대나무 낚싯대를 드리운다. 동동 걷어붙인 바지단을 바짝 동여 메고는 정강이 깊이의 물속에서 요지부동으로 버티고 서서 기다란 낚싯대를 좌에서 우로 천천히 흔든다. 백발백중이다. 뭘 달았는지 미끼를 바꿔다는 걸 본 적이 없다. 조개를 캐던 아짐들이 엉거주춤 다라이를 챙기기 시작하면 은둔고수의 물고기 사냥도 끝이 난다.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상유 앞바다의 물고기는 씨가 말랐을 것이다. 멀리서 내려보고 있으면 마치 화경을 이룬 고수의 아우라가 느껴져 어느새부터인가 물때만 되면, 새댁을 반기는 돌쇠녀석 처럼 목을 빼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연락선 선장의 배에는 버려도 전혀 아깝지 않을 구닥다리 낚싯대가 있었다. 육상 교통편이 없는 외진 종패 연구소여서 달에 두어 번 생필품과 연구소 운영에 필요한 것들을 바지런히 실어 나르는 커다란 덩지의 사내였다.
늘 하역하기 무섭게 사라지던 선장이 어쩐 일인지 중원고수의 향기를 흠씬 풍기면서 후진 낚싯대를 들고 나타났다. 낡고 녹슨 릴이 제대로 돌아는갈런지, 힘에 밀린 릴이 힘겹게 끼긱거렸다.
젠장, 인적 끊어진 선착장에 이렇게나 많은 고기가 숨어있었나? 고기도 사람 봐가며 물려주는 게 틀림없다. 고급어종인 시마다이(돌돔)가 손바닥 만한 몸체를 요란하게 흔들며 줄줄이 끌려 나왔다. 물 반 고기반. 그동안 우리들은 도대체 낚시질이 아니라 뭘 한 걸까.
홈무시, 청개비는 고사하고, 도사리 같은 조갯살 툭툭 깨뜨려 메단 낚싯대가 쉼 없이 까불거렸다.
낚시는 장비빨이라면서 틈만 나면 공갈릴을 돌려대며 눈꼴사납게 자랑질을 하던 주임의 납작해진 코가 그렇게 꼬실 수가 없었다.
일격에 야코가 죽은 주임, 한동안 방파제에는 고요와 평화가 찾아왔다.
뒷동산에 산보 가는 정도의 산행인데 행색은 흡사 안나푸르나 원정대 같이 화려하게 중무장을 했다. 간편한 츄리닝에 평소 신던 운동화 차림새로는 왠지 기선 제압을 당한 느낌이다. 등산복 하나에도 계급이 있다나 뭐라나.
없는 형편에 깔롱을 좀 부려봐?
행여 아나, 장비빨로 등산하는 길이 좀 더 가뿐해질는지, 붕어가 좋다고 덤벼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