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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을 캐면서.

by 김석철



이 무슨 날벼락입니까?
따땃한 아침 햇살을 기대하며 배 깔고 엎드려 곤히 늘어져있는데, 갑자기 뭔가 번쩍하며 겨울을 버틸 보금자리를 박살 내버리는 게 아닙니까? 오도 가도 못하고 벙쪄서 눈알만 되록이고 있는데, 땅콩을 캐던 웬쑤 같은 인간 놈이 제 딴에도 놀랐는지 순간 움찔하는 거예요.
하여간 인간이란 짐승은 천하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벌거지 같아요. 신의 피조물 중에 완벽히 조져먹은 실패작이 틀림없습니다.
퍼뜩 정신을 챙기고 후다닥 줄행랑을 치긴 했는데, 도망을 치면서도 은근히 부아가 나는 겁니다.
내가 도대체 뭔 죽을 짓을 저지런겁니까? 폭신폭신하고 햇볕 잘 드는 곳에 몸뚱이 하나 뉘울 집 한 채 마련한 게 이토록 봉변을 당할만한 일입니까?
분통이 터지고 억울해 죽을 판인데, 비슷한 꼬라지를 당한 이웃개굴이 그만하기 다행인 줄 알아라면서 딴에는 위로란 걸 하는데 이게 더 화를 돋우는 거 아니겠어요?
어제 젊은 개굴 하나는 뒷다리를 찍혀서 불구가 됐는데, 긴긴 올 겨울을 넘길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혀를 쯧쯧 차는데, 그 말을 듣고서야 울화통이 좀 수그러들더라고요.
어떻게 생겨먹은 것들인지, 인간이란 작자들은 더불어 사는 법부터 좀 배워야 돼요. 신이 인간들에게 번성하고 다스리라고 했다지만, 지들 번성을 위해 깡그리 파괴하고 말아먹는 짓거리만 골라 골라서 해대는데, 인간이란 종자들이 진짜 사람 새퀴가 맞기는 한 걸까요?
기상위기니 6차 대멸종이 가까웠니 연일 시끄럽더니, 다 제 발등 제가 찍은 겁니다. 그렇게나 깽판을 쳐대는데 지구도 참는 게 정도가 있쟎겠어요? 사고란 사고는 인간들이 독으로 치고 피해는 항상 힘없고 빽 없는 우리가 제일 많이 당합니다. 참으로 더럽고 억울한 세상 아닙니까?
졸지에 집 강제철거 당하고 자칫 생명의 위협까지 당한 한 마리 개구리는 기도합니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귀신들 다 뭐 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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