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뿌를 껐다.
덜컹거리는 인차에 지친 몸을 기대고 앉은 옆자리의 광부의 이마에서도 불빛이 지워진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생명의 빛을 스스로 끄고 있었다. 캐뿌가 꺼지는 자리에 다시 어둠이 들어찬다. 어차피 석탄을 한 되나 붙인 몸이라 누가 누구인지 분간도 되지 않았지만, 절대 어둠은 완벽하게 세상과의 단절을 만들어 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절대 어둠, 완벽한 고요가 지하 갱도 4,000m에 존재한다. 가끔씩 어느 막장에선가 폭약이 터지는지 간헐적으로 적막을 흔들지만, 절대 고요의 심연은 모든 것을 칠흙 같은 어둠으로 빨아들인다.
지하 4,000미터 아래에서도 사람은 산다. 왜 사는지 물을 필요는 없다. 그냥 산다. 이유가 있어서 사는 게 아니라, 그저 살아지니까 사는 거다.
탄광촌 아이들의 크레용은 언제나 검정색이 모자란다. 계곡물도 꺼멓고, 눈자위와 이빨을 빼고는 온통 까만 아빠의 얼굴도 그렇다. 하다 하다 그들이 내딛는 걸음걸이 마저 깜장 자국을 남긴다.
사각의 누런 양은 뺀또를 열었다. 더 이상 들어가면 밥이 아닌 석탄을 먹게 된다. 방진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마지막 지점, 곧 막장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쌀밥의 유일한 하얀색이 죄다 새까만 갱도 안에서 유난히 빛난다. 흰쌀밥 위로 후드득 떨어지는 탄가루. 늘상 이런 식이다. '에잇'하면서도 탄 섞인 밥을 먹는다. 살아야 하니까.
가파른 경사를 따라 인차가 이끌고 가는 데로 40분가량을 내려왔다. 애지중지하는 곡괭이와 톱을 들쳐 맨 '사키야마(선산부)' 꽁무니를 따라 또 30분을 걷는다. 이미 높은 지열과 빈약한 산소, 짓누르는 기압으로 한걸음 내딛기도 힘겹다.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진을 다 뽑으니, 하루 6시간 작업은 경영자 측에서 선심을 쓴 게 절대 아닌 셈이다.
드디어 갱도의 끝, 막장에 다 닿았다.
나는 석탄을 깨는 광부다. 지하 4,000미터에서 산다.
너그가 석탄 섞인 밥을 먹어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