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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걸린 조갯살.

by 김석철





신을 대신해서 보낸 이 가 '어머니'라고 한다.
감히, 신 따위가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 아련하고도 저리는 이름, 절절한 그리움의 끝점에 자리한 시들지 않는 한 마디다.

"나이 마흔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사 남매를 키웠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 엄마의 몸에서는 항상 생선 비린내가 베어났고요. 그래서 친구들한테 엄마가 부끄러워 숨었습니다."
엄마라는 이름의 신파는 듣고 또 들어도 가슴을 후벼 판다. 존재 자체가 우주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피자 조각을 집어 들기 무섭게 벙개 콜 전화가 울렸다. 회 생각이 있으면 출동하라는 내용인데, 듣고도 내 몰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독감 때문에 취소된 모임에 미련이 남았던 꿩을 대신한 닭들의 조촐한 자리였다.
수족관 바닥에 널브러진 손바닥 크기의 큼지막한 조개를 보는 순간, 왜 '코끼리 조개'라고 불리는지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코끼리 코보다는 변강쇠의 거시기를 더 연상시켰지만, 무식하게 거시기 조개라고 하기에는 민망했을 것이다.
대낮부터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른 동생의 거침없는 수다는 예외 없이 가정사로 옮겨갔다.

탯줄이 잘리면 두 몸이 되어야지만, 어머니는 숨이 붙어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식바라기로 생을 비끄러맨다.
온전히 자식에게 저당 잡힌 인생, 기다릴 줄 모르는 야속한 세월은 어머니의 시간을 먼 먼 과거로 돌려놓았다. 응석받이 여섯 살로 훌쩍 건너뛰고 말았다. 걸음마를 새롭게 시작하는 백발의 여인은 뱀이 허물을 떨구듯 인연의 사슬들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명절이었어요."
비워진 소주가 식도를 힘겹게 타고 넘는 소리가 들렸다.
"명절인데, 남들 다 입는 새 옷이 나는 없더라고요. 옴마가 그렇게 얄밉고 꼴 보기 싫을 수가 없는 겁니다. 막 뭐라 소리치고 따졌지요."
엇박자의 짧은 침묵이 흘렀다.
"엄마가, 비린내 나는 엄마가 암 말 안 하고 꼬옥 안아주면서..."

"미안하다, 아들."

쟁반 위에서 잘게 잘린 코끼리조갯살이 펄떡 튀어 올랐다.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눈이 따가웠다.
엄마를 뒤쫓던 비릿한 생선 내음이, 다 큰 자식의 뒤를 쫓아 슬며서 따라붙은 것이다.

여섯 살로 돌아간 엄마는 가장 아름다웠을 날을 향해 망각의 살을 쏘아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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