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복령을 캐는 애미.

by 김석철

망개나무( 청미래덩쿨)




동도 터기 전, 새벽 댓바람에 용이의 벼락같은 짖음이 들렸다. 뒤편 산자락에서 자그락대는 인기척이 어둠 속을 맴돌았다. 어둑 발에 몸을 일으키기란 여간 깔끄럽지가 않아 애써 무시를 한다고 했지만 심사가 편치는 않았다. 기면증이 있는지 밤새 뒤척이다 늦으막이 겨우 잠이 들었었다.


출근을 위해 문 밖을 나선 순간 눌려있던 짜증이 울컥 치밀고 올라왔다. 만수같이 느른 공터를 놔두고 트럭 꽁무니에 바짝 붙여놓은 차량 때문이었다.
차를 빼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온 6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가쁜 숨을 내쉬며 연신 머리를 주억거리며 사과를 했다.
그만한 일로 불뚝거린 게 내심 미안스럽고, 계면쩍은 상황도 피할 겸 해서, 새벽부터 뭐 하시냐고 여쭈었다.

토복령.
망개나무의 뿌리를 캔단다. 흔적만 겨우 남은 볼품없는 산소 옆에 얼핏 동행인 남자분이 보였다. 틀림없이 부부지간인 듯싶었다.
토복령을 캔다는 다음 말은 차라리 못 듣는 편이 나았을 텐데, 짧게 던진 넋두리 같은 사연에 종일 맘이 쓰라리고 답답했다.
따님이 암에 걸렸단다.

내 연배보다는 약간 어린 따님일듯 싶은데, 노부부의 창자를 애는 아픔이 곱다시 전해졌다.
토복령이 암에 좋다는 말에, 꼭두새벽부터 허물어져가는 산소가에서 호미질을 하는 아비와 애미, 불 속이면 어떻고 한밤중이면 또 대수일까. 얼마나 다급했으면 내팽개치듯 주차를 해뒀을까. 어둠이 짙은 허물어진 무덤 보다 백만 배는 더 무서웠을 자식의 암 선고, 그 먹먹한 두려움을 파묻고 있었는지 모른다.

천지신명님도 무심하시지. 이 늙은이나 먼저 데려가시지...


망개 뿌리를 캐는 노부부는 토복령을 캐낸 자리에, 애간장을 녹이는 간절하고도 절박한 기도를 묻었으리라.

댓바람에 들려온 어느 애미, 애비의 절절한 호미소리. 호미질과 함께 수천번도 더 묻었을 애끓는 소망이, 기도가 이뤄졌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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