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견디어낸 뒷모습의 노래
잔등
김인덕
흙바람은
언제나 등을 먼저 후벼 팠다
돌아서지 못한 쪽이
먼저 뜨거워졌다
눈몽아리가 불덩이로 일어서는 날
갈 곳 없이 뛰던 심장을
잔등에 얹고 내달렸다
누가 뒤에서 울었는지도 모른 채
씹어 넘기던 바람 속에서
고통을 통째로 삼켰다
혀끝 울음도 넘어가질 못했다
불꽃이 아니라 칼날이었다
내 등엔
이름조차 남기지 않은 하루가
핏자국처럼 말라붙었다
돌아본 적 없이
어깨너머로 흘러내린 삶을
등으로만 기억한다
누군가는 등을 밀었고
누군가는 등을 돌렸으며
나는 끝내 등으로 살아냈다
오늘도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쉼표와 울림의 느낌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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