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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연두 Nov 27. 2023

2023.11월 27일

[ 신인상 "시" 부문 당선과 포기]

계간지 H에 "시"부문으로 다음 브런치에 올렸던 시를 수정해서 응모했다. 그때는 계간지, 문예지 등 문학 잡지에 대한 현실을 알지 못했다. 

22일에 응모, 3일 만인 25일에 합격 당선 메일이 왔다. "시"부문에 합격해서 신인상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신기하면서도, 조금 미심쩍었지만 주최측에서 요구하는 바대로 당선소감과 자기소개서 등을 작성해서 보냈다. 

그 뒤 브런치 작가분들께 신인상 수상과 등단에 대해서 여쭤봤다. 그랬더니, 반반의 의견이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내가 뽑힌 계간지 H에 대해 알아보았고, 이전에 당선되어 포스트를 올린 분들께 댓글로도 물어보았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문학 잡지의 "관례"에 대해서 말이다. 

결정은 어제 내가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알게 된 L작가분의 말씀을 듣고 내렸다. 글쓰기에서 어떤 목표와 지향점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는 조언이었다. 그래서 오늘 당선된 "H"에 정중히 감사와 사과의 메일, 문자를 드렸다. 당선을 포기하겠노라고... 죄송하다고... 

홀가분하면서도 글쓰기 3-4년만에 작은 인정을 받았다는 데에 만족했다. 당선 소감을 쓰면서 부모님과 오빠네 가족께 사랑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마지막에 썼는데, 당선을 포기하면서 시를 올리기 시작한 이 곳 브런치에 고마움을 남긴다. 언젠가 실력이 쌓여 상을 받고 등단하게 된다면 그때는 마음껏 좋아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열 편의 시는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인생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주는 글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쓴 것입니다. 다음 브런치 작가분들은 이미 읽었던 시입니다. 기록으로 남겨 둡니다.




1.  글


머리와 마음의 이야기는 글을 통해 펼쳐진다.

글은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게 해준다.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함께했던, 혼자 떠났던 여행을 보여준다.

서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너와 나의 대화를 이야기 한다.

우리의 꿈과 희망을 말하고 실패와 좌절의 일들을 다독여준다.

글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함께한다.

살아 숨쉬며 존재한다.


2. 숫자놀이


시계로 조카는 숫자놀이를 한다.

1,2,3,4,5,6,7,8,9,10,11,12

가리키는 숫자를 또박또박 읽어나간다.

우와 대단한 걸, 고모는 놀라워하며 미소짓는다.


달력으로 조카는 숫자놀이를 한다.

1부터 시작해서 31까지

가리키는 숫자를 또박또박 일거나간다.

이야 멋진 데, 고모는 신기해하며 웃음 짓는다.


3. 너의 결혼식


사촌동생의 결혼식 날

비가 내렸어.


쌍둥이 둘 아빠가 되 너

오랜만에 본 너의 모습에 깜짝 놀랐었지

네 옆에 단아하고 아름다운 신부가 서 있었지


사는 게 벌거냐며 가족과 친척끼리 만나

추억을 쌓는 거라 애기했지


시간은 이리도 빠를까

훌쩍 커 버린 너

아빠가 된 너

결혼하게 된 너


모두 모두 축하해.


4. 걸음


한 걸음 떼어 볼까 

이번에 왼쪽

두 걸음 떼어 볼까

이번엔 오른쪽


걸음 걸음 마다

조심히

걸음 걸음 마다

당당히


그 걸음이 지금의 내가 되었다.


5. 여름 그리고 가을


여름이 지나간 자리에

가을이 찾아온다.

장마와 무더위가 오고 간 자리에

높고 파아란 하늘 햇빛이 다가온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여름의 끝

선선해진 아침 공기와 살랑이는 바람을 타고

가을이 찾아온다.


6. 9월


9월, 여름의 문을 닫는다

왜 그런지 마음이 헛헛하다

뜨거웠던 여름이 끝나가고

아침과 저녁, 선선한 바람을 느낄 때면

지나간 시간이 추억으로 떠오른다.

그때는 왜 그랬지, 그럴 때도 있었지. 하면서


9월, 가을의 문을 연다

왜 그런지 마음이 홀가분하다.

마음 졸였던 여름이 끝나가고

한숨 돌리는 가을 문턱이 다가와

앞으로 시간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제는 저렇게 해야지, 저렇게도 해야지. 하면서


7. 비 인사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계절

가을 인사를 하는 비

성큼 다가온 명절

추석 인사를 하는 비

선선해진 바람과 함께

슬며시 고개를 들어

인사를 건네는 비


8. 이 또한 지나가리라


태어나면서 세상과의 만남

죽음으로 세상과의 이별

만남과 이별이 다르지 않겠지

생각해보면 우리들의 삶은

너무 허무할지도 모르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추억을 남기고 떠나는 지도

순간의 행복과 불행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면서 살겠지


9. 시차


너와 나의 시차

다름을 인정하는 2시간

같은 하늘 다른 공간

함께가 아닌 각자

서서히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낯선 너와 나

서로의 시차를 알까


10. 내 마음의 아이


똑똑똑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조심스레 살짝 열리는 문

어딘지 익숙한 아이의 모습

그 아이는 울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손수건을 건네니

그 아이는 어느 새 옅은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멈춘다.

그 아이는 문을 활짝 열고 나와

내 손을 잡고 바깥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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