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11.06 ] 4. 당근 이야기 : 못 다 핀 토익
벚꽃 잎이 흩날리던 4월이었다.
당근 앱에 구매해 놓고, 앞 부분만 풀다가 놔둔 채 꽂아 놓았던 토익 문제지를 3천원에 올렸다. 하루 뒤, "당근"이 울렸다. 구매자 분이 내일 오전에 역 앞에서 살 수 있는 지 물어보았다. 나는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당일이 되어 만나러 갔다. 후드 티와 베이지 지프 모자를 썼다. 4월 초 따스한 봄 날에 '역'으로 가는 길이 기분 좋고 즐거운 마음이었다. 그때 문자와 왔다. 그 분이 일찍 도착해서 역 앞, 화장품 매장에 서 있다는 것이었다. 이번엔 어떤 분일까? 생각했다. 토익 책이니, 학생일 것 같은데... . 남자일까 여자일까?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검은색 모자에 후드 티를 입은 남자 대학생이 내게 다가왔다. 그래서 서로 인사했다. "당근"이라 말하며. 내가 먼저 토익 문제지를 꺼내 풀었던 부분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 남학생이 책을 펼쳐보면서 "알겠다고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하며 그 자리에서 3천원을 계좌 이체해 주고 떠났다.
나는 그렇게 직거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했다.
' 못다 핀 토익 문제지가 성실한 학생에게 가서 완전히 푼 책으로 변하기를'.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