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11.08 ] 6. 당근 이야기 : 할아버지와 은 목걸이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5월의 봄이었다.
밤 늦은 시각, 은 큐빅 목걸이를 구매한다는 분이 나타났다. "당근" 울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 분은 다양한 이모티콘으로 인사를 했다. 오후 두 시, 역에서 직거래를 원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 그래서 약속을 잡았다. 어떤 분일까? 여자인지 남자인지 여쭤볼 걸 그랬나. 이모티콘으로 봐서는 나이 어린 여자 분 같은데...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당일 오후 1시 30분쯤, 다른 역에서 내가 살고 있는 근처 역으로 온다는 문자가 왔다. 이번에도 여러 가지 이모티콘을 내게 전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서, 딴 생각하다가 역을 지나쳐서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연락이 또 왔다. 그때 나는 여쭤봤다. 저는 40대 여자인데요, 구매자 분은 여자 분이시죠? 라고... . 그러자 "저는 68세 남자, 할아버지."라는 메시지가 왔다. 배낭에 조끼를 메고 오신다고. 3분 안에 도착한다고 기다려 달라고 하셨다. 나는 놀랐다.
그렇게 역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할아버지 분께서 내게 다가오셨다. '할아버지께서 은 목걸이를'?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하늘색 모자를 쓴 내게 다가와 인사하시는 그 분께 나도 덩달아 인사했다. 예쁘게 포장해 온 은 목걸이를 드리면서. 내가 여쭤보지 않았지만, 할아버지께서는 "선물해 드릴 분이 있다고." 멋쩍게 웃으시면서 "좋은 가격에 잘 구매했다."고 좋아하셨다. 그리고 돈을 주시면서 급히 지하철 역 안으로 내려 가셨다. 역시나 이모티콘과 함께...
나는 생각했다. "할머니께 드리는 선물일까?" 나의 5천원의 은 목걸이가 할아버지께는 다른 분에게 드리는 좋은 선물이 되었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봄 날의 선물 같았던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