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맞을 확률이 생기더라도 너라면 괜찮아
나는 기본적으로 낙태를 반대한다. 예외적인 세 가지의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1. 성폭행에 의한 임신
2. 산모의 질병
3. 기형아로 판정된 아이
첫 번째의 경우는 애가 무슨 잘못이 있냐 따지고 드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이의 존재 자체가 2차 가해로 이어지기에 낙태하는 것에 찬성한다. 사람에 따라 아이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게 마련이다. 나중에 알게 되는 아이는 엄청난 충격으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어질 수 있다.
두 번째의 경우는 산모의 질병인데 산모와 아이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경우를 말하는 거다. 이어 세 번째의 경우는 기형아로 판정된 아이인데 장애인 인권 문제도 있는 상태에서 조심스럽지만 산모의 결정에 존중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 관련 수업도 찾아들었는데 한 번은 일본의 작은 마을에 기형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던 사례가 있었다. 모두 같은 해 비슷한 기간에 태어난 아이들이었는데 환경파괴가 원인이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돌봤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부모들이 죽자 다음날 자식들이 따라 죽는 자살 사태가 벌어졌다. 연쇄적이었으며 다수의 집이 그랬다고 한다.
갈수록 일본화되어 가는 대한민국이다. 진상 부모도 많다지만 특유의 문화가 일본스럽게 변화하고 있다.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이라지만 재미있게도 그들의 개인화는 남에게 절대로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가정교육에서 시작한다. 이러니 기형아로 태어난 아이들 다수가 자살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죽는 건 순서가 없다지만 대부분 부모가 먼저 죽는 가운데 자식들의 선택이 자살이었던 것도 특유의 문화와 관련 있지 않을까 싶다. 혹시 우리나라는 다르다고 보는 사람이 있을까? 장애인들이 시위라도 하면 세금 갈취하는 기생충이라 욕하는 사람들이 엄청난 나라인데?
이러니 장애에 관해서는 무척이나 무서웠고 여전히 공포스럽긴 하다. 99% 확률이라는 니프티 검사에 무사통과했지만 1%의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젠 몸이 불편한 아이가 나오더라도 운명으로 받아들이자며 차분히 내려놓고 있다. 건강한 아이가 나오기 원하는 것도 일종의 욕심일 수 있다, 스스로 다독이기도 한다. 건강은 기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값을 잡는 순간 아이가 조금이라도 모자라면 실망하고 재촉하며 다그칠 수 있다. 건강은 시작일 것이고 이후엔 성적과 직업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려놓고 싶다.
무엇보다 죽을 날을 선택한 나이지 않은가. 이 모든 것이 내 오만과 교만으로 벌어진 일이다. 천벌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여기려고 한다. 로또 맞을 확률로 태어난 아이도 내 아이기에 남들이 어떻게 보든 꼭 안아주고 싶다. 유일하게 내가 더 오래 살아야겠다고 생각이 들만한 사건이지만 남을 믿기에는 너무나 각박한 세상이다.
무교였다는 사람들이 장애인의 부모가 되자마자 종교를 믿는다는 것도 사실 그 종교를 믿는 것이 아니라 착해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위선이라도 믿고 싶은 것은 아닐까 싶다. 나는 어찌 될지 모르지만 최소한 내면의 성숙함이 다져지는 시간일 거라 믿고 싶다. 비장애인이라도 성숙해지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세상만사에 화가 날 일도 많을 것 같아 그렇다. 그러니 최악의 경우를 상상해 본 거다. 현재의 내 위치에 감사해진다. 남의 불행을 보며 내 행복을 찾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그래도 괜찮기 위해 마음을 차분히 먹는 거다. 아이가 태어나 내 옆에 있는 모습을 그려본다.
어떤 모습이라도 괜찮다. 로또 맞을 확률이라도 쑥쑥이 너라면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