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_외로움을 느끼는 회사생활(인사팀 입장)

feat_출근 첫날 부터 너무 외로운데요?

by 썬과장

02_외로움을 느끼는 회사생활



부모님의 직업 특성으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특히 내 행동, 말투를 가지고 꼬투리를 잡는 사람들이 있었고 피해는 고스란히 부모님께 돌아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피고 눈치를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삶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상대방의 호감과 반응에 따라 내 성격은 180도 달라졌다. 슈퍼E가 되었다가도, 슈퍼 I가 되었다. 그리고 이 성격으로 인해 회사 인간관계 속에서 많은 눈치를 보며 생활했던 것 같다.


첫 회사에 합격 통보를 받은 후, 회사에 잘 적응해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은 설레이면서도 긴장되고 떨렸다. 첫 출근 날, 풍선 같이 부풀어 올랐던 설렘이 터져 실망으로 변경되었다. 쌀쌀한 동료들, 팀장님의 부재, 홀로 오두커니 앉아있던 그 순간은 내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 것 같아 외롭고 슬펐다.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에 도착해서 입사 안내를 해주는 직원 A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부터 당황스러웠다. 딱딱하고, 싸늘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긴장되었다. '처음 만나서 그런 걸꺼야, 내가 착각한거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팀장님이 계시니까 서로 인사하고 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입사 당일 팀장님은 연차를 사용하여 자리에 계시지 않았다. 나에게 주어진 건 자리와 노트북 한 대뿐, 누구도 나에게 말을 걸거나 하지 않았다. 회사의 이물질이 된 기분이었다. 첫날이라 낯설어서 그런걸꺼라 생각하며 하루를 보냈다. 출근 둘째날 드디어 팀장님이 출근하셨다. ‘오늘은 팀장님이 계시니까 뭔가 다르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가졌지만 이 기대도 산산 조각 나고 말았다.


당시 회사 사옥은 7층, 10층, 12층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팀장님은 대충 12층에 있는 사람에게만 날 소개 해 주시곤 신경 쓰지 않으셨다. 팀내 교류도 없었다. ‘이럴 꺼면 날 왜 뽑은거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체계적인 회사는 신입 사원 교육도 있고, 동기들도 있고, 안내도 받고 할텐데 중소기업, 스타트업인 우리 회사는 이런 모습을 전혀 기대 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혼자라도 인사 갔으면 좋았을 텐데, 혹은 다른 팀원에게 소개 부탁을 할 걸 그랬나? 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 당시 신입인 나에겐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더 슬펐던건 한 달 뒤 다른 팀 신규 입사자가 들어왔을 때, 그 팀의 팀장님과 팀원들이 전 층을 다니며, 새로운 팀원을 소개하고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는데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이 경험을 통해 신규 입사자 안내 매뉴얼과 교육 자료를 만들었고, 신규 입사자와 인사팀이 함께 전 층에 인사를 하러 가는 순서도 만들었다. 나처럼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 써주고 싶었다.


외로움은 점심시간에도 이어졌다. 보통 팀끼리 식사를 하곤 했는데, 인사팀의 구성원들은 개인의 자율성이 높은 건지, 각자 알아서 식사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혼자서 편하게 먹는 것도 좋지만, 막상 낯선 곳에서 혼자 밥을 먹으니 쓸쓸하고 외로웠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내 모습이 비참했다. 타 팀의 직원들과 친해져서 같이 밥을 먹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직원들과 친해지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타 팀 사람들은 인사팀을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직원들이 나를 불편해 하는 것 같아서 선뜻 먼저 다가갈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인사팀과 트러블이 많았고, 불만이 많았기에 인사팀 직원들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팀내의 교류도 없었기에 타 팀과의 교류는 기대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 2개월 정도는 지속되었던 것 같다. 팀에서도 회사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외롭고 슬펐다. 지금은 그저 외롭고 슬프다고 기술할 뿐이지만, 당시에는 회사에 출근하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다. 초~고등학교까지 친구들과 북적이면서 친하게 지냈었고, 너도 내친구 애도 내친구 니친구도 내친구! 모두랑 친하게 지내자! 하는 성격이어서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이 서러웠던 것 같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웃으며 인사하기, 같이 일할 땐 친절하게 대하기, 최대한 열심히 일하는 것이었다. 별다를 것 없어보이는 행동이었지만 열심히 하는 내 모습과 진심리 통했던 건지, 직원들이 협조가 많이 졌고, 한명 두명 교류하다 보니 ‘썬과장은 모두랑 친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즐겁게 회사생활을 하게 되었다.


외롭고 쓸쓸했던 입사 초기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 입사한 직원이 있다면 한동안 개인적으로 티타임을 가지면서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물론 좀 더 체계적인 온보딩 제도를 구축했다면 좋았겠지만, 당시 회사의 이슈가 많아서 해당 부분에 대한 예산 편성이나 제도구축에 승인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도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해보고자 노력했다.


업무에 어려운 점은 없는지, 외롭거나 힘들지 않는지 물어보며 나름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일석이조 였던 것 같다. 이야기 중에 다른 직원들과 교류를 원하면 점심 식사 자리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물론 개인 시간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그러지 않았다)


내 시간과 돈과 노력을 제공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쉬운 시간은 아니였다. '나 혼자 이렇게 하는게 의미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입사 초기 외롭고 쓸쓸했던 그 기분을 잘 알기 때문에, 내게 먼저 다가와 주는 손길을 바랬던 기억을 생각하며 꿋꿋하게 진행해 왔던것 같다.


어쩌다 보니 주절 주절 글이 길어졌지만... 뭘 말하고 싶은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글이 된 것 같지만... 혹시나 회사에서 나처럼 외로움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자신이 나약하다고 탓하거나 우울해 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힘냈으면 좋겠다. 열심히 하다보면 그 노력이 빛을 발하니까 말이다.


최소한 내 주변 만큼이라도 이런 쓸쓸함을 느끼지 않도록, 조금 더 세심하게 노력하는 담당자가 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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