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 무렵, 올레시장 안쪽의 작은 분식집 뽕주분식에 발걸음을 옮겼다.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오래 지켜본 곳에서만 느껴지는 은근한 따스함이 공기를 타고 전해졌다.
김밥과 떡볶이, 소박하지만 정성스러운 8,500원의 한 상을 앞에 두고 첫 숟가락을 들려던 찰나,
등 뒤에서 묘한 시선 하나가 조용히 머물렀다.
“여기서 뭐 하고 있는가?”
진한 전라도 억양이 먼저 피어올랐다.
정방동 주민자치위원회 부위원장, 명동로 상가조합 조합장,
그리고 명가보쌈을 오랜 시간 꾸려온 삼수 형님이었다.
시장 사람들은 굳이 이름을 반복해 부르지 않아도, 서로의 역할과 존재를 눈빛으로 알아본다.
그만큼 긴 시간 속에서 서로의 자리를 지켜온 흔적이 있다.
자리를 나란히 하자 동네의 사정이 자연스레 식탁 위로 펼쳐졌다.
정방동의 현안, 주민자치의 방향, 골목의 변화와 시장의 숨결까지—
하나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를 끌어내며 오래된 우물처럼 깊어졌다.
그때, 뽕주분식 사장님이 조용히 다가왔다.
“삼춘, 뭐 좀 먹어요.”
말과 함께 고구마튀김 한 접시, 온기가 피어오르는 어묵 국물이 형님 앞에 놓였다.
시장에서는 친절이 과장되지 않는다.
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자연스럽고 묵직하게 전해진다.
이러한 배려가 쌓여 시장의 온도는 사계절 내내 따뜻하다.
잠시 후 삼수 형님이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궁금함이 일었다.
“옆 정육점이 형님 거래처인가요?”
사장님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 거긴 막내 동생이 하는 가게예요. 형님은 또 다른 식육점을 하시고요.”
그 말에 시장의 풍경이 한층 또렷해졌다.
올레시장에는 유독 가족이 여러 점포를 함께 꾸리는 모습이 많다.
누군가는 장사가 번창해 사랑하는 이들을 불러들이고,
누군가는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디며 점포를 늘려가곤 한다.
그러나 사연의 결은 모두 달라도, 그 밑바탕에는 한 가지 공통의 정서가 흐른다.
시장은 가족이 서로를 살리고,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가는 곳이다.
명절조차 각자의 시간이 바빠 얼굴 보기 어려운 시대에,
일터의 문을 열고 닫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스치고 마주치는 일상은
가족이 삶과 생업으로 연결되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방식이다.
오늘 뽕주분식의 한 끼는
올레시장이 단지 ‘거래의 장소’가 아니라
삶의 결을 함께 맞추어 가는 사람들의 터전임을
다시금 또렷하게 일깨워 주었다.
시장이라는 공간이 품은 온기란,
결국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피어나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