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숨기지 못한다

장사는 인간수양이다

by 치킨 아저씨

얼굴은 ‘얼’이 담긴 그릇이라고 했다.


오늘은 시장 상인이 왔다.
아이들이 맛있다며 사달라고 했는데

어제는 줄이 길어 그냥 돌아갔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다시 왔다고.


대만에서 온 아이는
맛보기를 하자마자
양손으로 엄지 척을 했다.


1인분만 주문한 손님은
남편이 한입 먹고
“하나 더 사.” 했다고 웃으며 추가 주문을 했다.


전화로 예약하고 온 가족은
손주가 꼭 이걸 먹어야 한다고 해서
일부러 왔다고 했다.


다 먹고 난 뒤
쓰레기를 반환하러 온 손님은
“맛있어서 하나 더요.”
라며 다시 주문을 했다.


싱가포르에서, 폴란드에서 온 손님도 있었다.
짧은 손님과의 만남이지만 가게 앞의 온도는

후끈 달아올랐다.


아침에는
서귀포 도서관 독서동아리에 다녀왔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두꺼운 책이라 완독은 쉽지 않았다.
대심문관 이야기가 나왔다.


인간은 자유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그 자유를 감당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저 듣고 있었다.

배우는 일은 익숙한 생각에서 한 걸음 벗어나는 일 같다. 조금 넓어진 마음이다

모임이 끝나고
한 여성 회원이 말했다.

“머플러 하신 모습이
올레시장에선 보기 힘든데요.
약간 파리지엥 같아요.”

“설마요. 그냥 가볍게 살아요.”
라고 말했지만
그 말은 오래 남았다.

그 여운이
가게까지 따라온 듯했다.


잘 팔리는 날은 말이 부드럽고
눈길이 오래 머문다.

나는 내 안에 담긴 것을
그대로 얼굴에 드러내고 있었다.


오늘은
좋은 기운이 내 안에 머물렀다.

그래서 내 얼굴도 밝았고 손님의 얼굴도 밝았던 모양이다.


내일은 무얼로 내 얼굴을 채울까?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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