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하이파이브
나는 대학 시절 응원단에 있었다.
메인 행사가 시작되기 전
웃음으로 서로 경계를 풀고
박수와 함성도 끌어올리고
나는 판이 달아오르기 직전의
공기를 만졌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사람보다 먼저
공기의 온도를 보는 버릇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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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영업시간.
등산 가방을 멘 대만 여성이 가게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 한라산을 혼자 올랐다고 했다.
지쳤을 법도 한데
눈빛이 또렷했고
말은 빠르고
웃음이 컸다.
그 사람의 에너지가
가게 안을 먼저 채웠다.
나는 조금 수구리 했다.
목소리를 낮추고
이야기를 들었다.
완전히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섞여도
리듬은 맞았다.
하이파이브를 한 번.
또 한 번.
세 번째 손이 올라왔다.
그녀가 더 빛나는 쪽으로
공기가 기울어 있었다.
나는 그 흐름을 건드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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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손님이 오면
공기는 다르게 흐른다.
망설이는 눈빛,
멈칫하는 발걸음.
그때 나는 바람을 잡는다.
목소리를 먼저 띄우고
웃음을 던지고
가게 앞 분위기를 살짝 올린다.
손님과 나 사이에
따뜻한 온도를 만든다.
누가 앞에 서야 하는지
몸이 먼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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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사람 앞에서는 수구리하고
조용한 사람 앞에서는 바람을 잡는다.
응원단 시절에도 그랬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금 낮추고
조금 올린다.
오늘도
가게 앞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 있었다.
나는 바람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