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신용카드

by 원빌리


"더 이상드리지 않을 거예요."


그 말을 꺼내자 돌아온 건 “돈 번다고 유세 떠냐”라는 독설이었습니다. 결국 엄마는 전화를 끊으며 “다시는 보지 말자”라고 말했습니다. 마음 한편에서는 죄송했지만, 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그동안 드린 돈은 키워주신 값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장거리에서 따로 살고 있었기에 이제는 부모님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렇게 월급이 온전히 제 것이 되자, 그동안 장바구니에 담아만 두었던 ‘쓸데없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조건 싼 제품만 골라 사다 보니 품질이 형편없어 금세 버리게 되었고, 외모에 관심도 없어 인스턴트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었습니다.

그나마 기숙사에 거주하며 주거비를 아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겁이 많아 자취할 생각은 없었거든요. 회사 언니들이 “신용도를 쌓아야 한다”며 신용카드를 만들라고 했고, 결국 카드를 만든 뒤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한도 초과”라는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내가 언제 이렇게 썼지?’ 놀라며 사용 내역을 뒤져봤습니다. 혹시 도용당한 건 아닐까 의심했지만, 네. 전부 제가 쓴 게 맞았습니다.


과소비였습니다.

이때 깨달았습니다. 신용카드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죄악이다. 그날로 카드를 잘라버렸습니다.

다음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카드값을 모조리 갚고는 고민했습니다.


‘그렇다면 돈을 어떻게 모아야 하지? … 그래, 은행이 알겠지!’

은행에 직접 찾아가 상담을 받았습니다. 매달 100만 원씩 3년 만기로 정기 적금을 넣으면 금리를 더 준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적금을 시작했지만, 남은 돈은 또 모조리 써버렸습니다.

결국 깨달았습니다. 문제는 통장이 아니라 저 자신이라는 걸.

추가로 50만 원짜리 정기적금을 더 들고 나서야 소비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체크카드 역시 ‘실체 없는 돈’처럼 느껴져, 통장 잔고가 0원이 될 때까지 써버리곤 했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통장에 돈이 있으면 안 되겠구나. 돈은 미리 저축으로 없애야 하는구나.



그렇게 제 첫 번째 원칙들이 세워졌습니다.

1. 돈 관리는 직접 할 것
2.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말 것
3. 정기적금으로 돈을 ‘없앨 것’
4. 저축 후 남은 돈으로 생활할 것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하지 말라. 저축하고 남은 돈을 써라. -워렌 버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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