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원

결혼이라는 재테크

by 원빌리

어릴 적 제 가정은 늘 돈 문제로 다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결혼을 간절히 꿈꿨습니다.


"나는 저렇게 살지 않으면 되잖아."


영원히 제 편이 되어 줄 사람을 갖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직장에 다닌 지 몇 년이 지나도 제 통장에는 고작 백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싶어 저축하고 남은 용돈으로 야간대학에 다녔기 때문입니다. 소액의 장학금을 받으며 버텼지만, 학비는 스스로 벌어 충당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님의 도움으로 학교를 다니는 동기들을 보며 부러우면서도 다짐했습니다.


내 자식만큼은 회사 학자금으로 대학을 보내주리라.

그러던 어느 날, 회사 동료와 함께 첫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비수기라 날씨도 좋지 않았고 여행 성향도 달라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첫 해외여행’이라는 경험이 제게는 강렬했습니다. 저는 매년 한두 번은 꼭 해외여행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악착같이 일하고, 모을 때는 철저히 모으는 습관을 이어갔습니다.

잊고 있던 3년 만기 적금을 해지한 날, 저는 통장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100만 원, 50만 원씩 나눠 넣었던 돈이 모두 합쳐 5,400만 원이 되었고, 세후 이자만 200만 원이었습니다. ‘결혼자금 5천만 원만 모으면 나머지는 다 쓰자’고 다짐했었는데, 막상 목돈을 보니 만 원 한 장 쓰기가 아까워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계획을 세웠습니다.


월 200만 원 적금을 시작하고, CMA 파킹통장도 개설했습니다. 돈을 넣어두기만 해도 매일 이자가 붙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성과급은 CMA에 넣어두었다가 여행비나 경조사비로 사용했고, 명절에는 부모님께 목돈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월급을 드릴 때는 고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는데, 목돈을 드리니 어머니께서는 “역시 내 딸이 최고다”라며 기뻐하셨습니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여전히 서먹했지만요.)

그렇게 저는 성실히 일하며 가끔 여행도 다니고, 저축도 꾸준히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20대 중후반,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외모는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의 행동과 가치관, 그리고 저축 습관이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은 서로의 통장을 공개했을 때였습니다. 근속 8년 차였던 제 통장에는 1억 원이 있었습니다. 뿌듯하게 보여줬는데, 남편은 근속 3년 만에 8천만 원을 모아둔 상태였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혹시 투자를 했어? 부모님이 도와준 거야?”라고 묻자, 그는 단순하게 대답했습니다.


“쓸 일이 없어서 안 썼어. 그래서 모인 거야.”

그때 깨달았습니다. 만약 제가 해외여행을 가지 않고, 본가 빚을 갚아드리지 않았다면 아마 5년 차에 이미 1억을 달성했을 것입니다.

남편과 결혼하며 통장을 합치자, 우리는 약 2억 원에 가까운 종잣돈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느꼈습니다.


결혼은 최고의 재테크다.


소득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은 어렵지만, 경제관이 맞는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가능합니다.

제가 배운 재테크의 원칙은 세 가지입니다.

1. 반드시 저축 습관을 가질 것.
2. 경제 가치관이 맞는 사람과 결혼할 것.
3. 해외여행은 너무 자주 가지 말 것.

돈을 모으는 일은 땅을 파는 일이 아니라, 결국 마음을 다잡는 일이라는 사실을 저는 경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미래를 위해 저축하지 않는다면, 지금 즐기는 순간도 불안하다. -워렌 버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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