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소비
저축보다 앞서 제가 지금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소비를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아깝다고 생각하는 소비는 바로 '쓸모없는 소비'입니다.
예를 들면, 필요하지 않은데 충동적으로 새벽에 주문하는 물건, 자녀 양육에 필수품이라며 SNS에서 광고하는 제품, 혹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과장·속임수로 파는 제품들입니다.
20대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느낀 점은 이렇습니다. 3일 이상 고민해도 사고 싶은 제품이라면 후회가 거의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낀 제품들은 며칠 내로 욕구가 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필요하지 않아도 미리 사둔 물건 중 의미 있는 소비가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책이 그렇습니다. 책은 소모품이 아니며 닳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는 꺼내어 읽을 수 있는 가치가 있습니다. 또, 유통기한이 길고 반드시 사용하게 되는 청소 용품 같은 생활필수품은 세일할 때 미리 사두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었습니다.
반면 휴대폰이나 가전제품 같은 소비재는 사는 순간 되팔 때 30%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아이들 장난감은 쓰임새가 있지만 금세 흥미를 잃어버려 매번 새로 사주기에는 부담이 됩니다. 있으면 편리하지만, 없다고 해서 삶이 불가능하지는 않은 것들이지요.
가전제품은 필수재이지만 가격이 비싸고 사용 기간이 8~10년 정도로 한정적입니다. 특히 이사를 자주 다니면 그 기간은 더 짧아집니다. 그래서 가전은 일종의 ‘계륵’ 같은 소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신축 아파트에서 신혼을 시작하지 말라”는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혼수로 고가의 가전·가구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신혼 시절에는 자가 매수가 드물어 결국 3번 이상은 이사를 다니게 됩니다.
저 역시 신혼집에 대한 로망이 없었고, 결혼식이라는 형식적인 행사도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구는 최소한의 기능만 추구했습니다. 예를 들어 식탁은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많은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실용성을, 침대 프레임은 단순히 매트리스를 올려두는 최소한의 구조만 선택했습니다.
다만, 매트리스는 좋은 제품을 골랐습니다. 수면의 질이 곧 생활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또한 오래 쓰고 기능이 중요한 제품이기에 처음부터 큰 비용을 투자했습니다.
반대로 식탁이나 소파 같은 부피 큰 가구는 이사할 때마다 파손되기 쉬웠습니다. 실제로 다리가 부러진 식탁을 철판으로 보강해 임시로 쓰기도 했습니다.
4번의 이사를 거치며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65인치 TV,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매트리스뿐이었습니다. 다른 가구들은 실증이 아니라 내구성 부족으로 버려야 했습니다.
포장이사 비용이 이사할 때마다 배로 드는 점까지 고려하면, 언젠가 파이어족이 된다면 자녀를 독립시키고 집과 차, 가전제품까지 모두 정리할 계획입니다. 그때는 짐을 최소화한 삶을 살고자 합니다. 캐리어 하나에 여름옷 7벌, 러닝화·샌들·일상화, 간단한 기초 화장품 정도만 들고 겨울에는 동남아, 봄·여름에는 유럽 등 원하는 나라를 여행하며 생활하고 싶습니다.
여행에서 불필요한 짐 중 하나는 단연코 옷 이기 때문에 따뜻한 계절에서만 여행을 할 생각입니다.
짐이 많으면 자유로운 여행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는 최소한의 비용, 최소한의 기능만을 기준으로 고를 것입니다. 언제 갑자기 파이어족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죠.
돌이켜보니, 제가 지금 쓰는 무선 청소기는 5년 전 지인이 출산 선물로 준 10만 원대 제품이고, 로봇청소기는 결혼 선물로 받은 제품인데 아직도 쓰고 있습니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고장 나기 전까지 쓰는 것이 진짜 경제적 소비임을 느낍니다.
여기서 제 소비 원칙을 되짚어 봅니다.
1. 쓸모 있는 소비란 닳기 전까지 사용하는 제품 일 것
2. 오래 사용할 제품이라면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살 것
3. 소비를 하는 이유가 명확할 것
<<필요 없는 것을 사는 사람은 곧 필요한 것을 팔게 된다.– 벤저민 프랭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