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율 0.7%

20대 미혼 율 99%

by 원빌리

출산율 0.7% + 20대 미혼율 99% = ?


내가 맞벌이를 하게 된 지 벌써 3년이 넘었는데, 울고 웃고 별일이 다 있었다. 그럴 때마다 고향 친구에게 말하곤 했는데. 그 친구는 아직 미혼이다.


"애를 낳으면 행복하긴 하는데 재미가 있는 건 아니야"


친구가 나에게 애를 낳으면 어떠냐는 질문을 해오면 내가 항상 하는 말이다. 친구랑 놀 때도 이성친구보다는 동성친구랑 노는 게 더 재밌고 동갑이어야 관심사도 비슷하지 않던가? 나는 항상 말이 많고 생각이 많아서


'남자 친구이나 남편이 바람나면 나는 헤어질 거야 라던지, 내가 죽으면 남편은 여자친구는 사귀어도 재혼은 안 했으면 좋겠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자주 해보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청약에 당첨되면 옵션은 ~를 하고 잔금을 어떻게 치르고...'


매년 생각도 달라지고 상황도 달라져서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졌다. 이런 생각들도 머리가 가득 찰 땐 고향 친구와 수다를 떨며 떨치곤 했는데, 나는 이미 애가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라 관심사가 미혼인 친구랑 점점 멀어졌더랬다. 그러던 중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나 결혼날짜 잡았어!"


얼마나 반가운 말이던가? 그래서? 어디서 결혼하는데? 어디서 거주할 거야? 예단은 해? 지원은 얼마나 받아? 생각은 많았지만 물어보기엔 민감한 내용이라 식장 위치만 물어봤다. 내가 결혼부터 출산 육아 맞벌이 집안일을 겪고 나니 내 친구가 얼마나 고생할지 불 보듯 뻔했다.


"축하해! 드디어 너도 가는구나~"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친구가 한숨을 쉬면서 질문을 마구 해댔다.


"아니 근데~ 지원을 받기로 했는데 이건 집을 해준 건 아니니까 예단은 안 해도 될까? 그리고 남자 친구가 아직 취업 전이라 거주지도 미정이고 예산이 부족한데 어디서 살아야 할지 막막해.. 애도 낳아야 하는데 내 나이를 생각하면 곧 노산이라 어쩌고 저쩌고"


얘가 독심술이 있나? 내가 궁금했던 질문들을 친구가 먼저 쏟아내자 내가 생각한 내용을 말해줬다. 친구는 연거푸 한숨을 쉬며 결혼이 이렇게 힘든 거냐고 그랬다. 네가 출산하고 힘들어했는데 내가 그것도 할 수 있을까? 라며 땅이 꺼질 듯 속상해했다.


'아차, 내가 말실수했구나. 이래서 미혼인 지인들한테 결혼 후 일어난 일들을 말하면 안 되는구나'


요즘 티브이, 유튜브에서 쏟아지고 있는 '이혼 숙려 캠프, 금쪽같은 내 새끼, 나 혼자 산다, 고등학생 엄빠, 일호가 될 순 없어' 등등 내가 제일 싫어하는 프로그램이다. 분명 보면 재미는 있지만 보고 나서 올라오는 불쾌감이 썩 유쾌하지 않다. 유튜브에선 이혼 위기에 있는 부부를 조리 돌림 하고 금쪽이가 나오면 또 욕을 한다. 그러고 혼자 잘 사는 연예인들을 보며 혼자 사는 삶이 최고라며 위로한다.


'이게 맞는 건가?'


분명 나도 승똥이의 훈육 문제로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어쨌든 내 새끼이며 내가 책임져야 할 소중한 가족이다. 승똥이는 상담 후, 우리 부부가 노력해서 많이 좋아졌다. 최근엔 어린이집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고 그런 내 아들이 자랑스러웠다. 가족을 이루면서 부부 또한 성장한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 그렇다. 레벨이 올라가면 강해지고 강해지면 든든해진다. 작은 일에도 휘청거리지 않고 단단해진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추천한다. 물론 우리 남편 같은 사람이었을 때 그렇다. 나는 자기 객관화가 굉장히 잘 되어 있는 사람인데,


'난 성격이 예민하고 욕심이 있지만 그만큼 남들을 잘 챙기고 돈 욕심이 있어서 저축을 열심히 한다. 그럼 반대로 남편 될 사람은 내가 이렇게 하자 했을 때 잘 따라오는 사람. 내가 술담배를 하지 않으니 술은 좀 먹더라도 담배는 피우지 않는 사람. 내 키가 평균이니 남편은 나랑 똑같거나 몇 센티만 더 크면 되지'


조건으로 본다면 까다롭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내 생각에 나는 삼각형 정도의 사람이고 내 남편도 삼각형정도의 사람인 것 같다. 결정사 관련 영상들을 보면 최소 오각형을 원하는데 나는 그런 사람은 부담스러울 것 같다. 내가 삼각형인데 오각 육각형을? 내가 외모가 좋으면 상대방은 성격이 좋다던지 내가 능력이 좋으면 상대방은 성실하다던지 같은 테두리 안에서 맞춰 보면


'삼각형 + 삼각형 = 육각형'


부족한 부분을 서로 메워 줄 수 있는 관계 그게 부부고 가족인 것 같다. 같이 시련을 겪어 나갈 수 있는 사람. 원래도 남편한테는 늘 고맙다 고생했다는 말을 자주 해줬다. 이젠 한 가지 더 추가된 자녀에게도 칭찬 격려 많이 해주기. 내가 부족했던 지지해 주는 마음을 자녀 덕분에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