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자 친구에서 남편이 된 이유
저번 글에서 잠깐 언급했었는데, 무던한 남편을 만나서 내 인생이 많이 바뀌었다. 내 가정환경이 평범하진 않아 성격도 별로고 학벌도 별로인 나를 좋아해 준 남편을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 남편의 유일한 단점은,
솔직히 처음에 친한 언니에게 소개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던 게 진심이다. 소개받기로 결심한 이유는 두 가지 정도인데,
첫째로는 언니의 남자 친구가 꽤나 호감형이었다. '성격'이. 딱 저런 성격의 남자 친구를 사귀고 싶었는데 사람은 끼리끼리 만나니까 소개받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두 번째로는 언니가 소개해줬기 때문이다. 나는 언니를 많이 따르고 믿음이 강했기에 소개해 줬을 땐 분명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언니와의 인연이 참 특이한데,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기숙사 룸메였던 언니였다. 신입사원이 뭘 알겠냐마는 청소년기 대부분을 불행하게 지낸 덕분에 소심하고 나서지 못했는데. 룸메 만이라도 내 성격을 모르니 먼저 다가가고 싶어서 편지도 쓰고 간식도 책상 위에 뒀었다. 룸메언니는 며칠 동안 방에 들어오지 않았고, 내가 둔 간식 위치가 살짝 바뀌어 있을 뿐이었다.
'내가 맘에 안 들었나..'
괜히 의기소침해져서 혼자 우울했더랬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났을까? 자고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룸메 언니와 눈이 마주쳤다. 소심한 성격에다가 사람을 워낙 가려 사귀어서 내가 생각지도 못한 외형이었다. 외모가 너무 무서웠다. 피어싱이 귀를 빼곡하게 자리 잡았고 , 문신이 여기저기 작게 보였다. 인상은 선한데 겉모습이 무서워서
'나 큰일 났다.'
혼자 졸아서 쭈뼛쭈뼛거렸다.
"네가 신입이구나?"
그제야 활짝 웃으며 내게 말을 건 그 언니의 첫인상을 잊을 수가 없다. 이런 말 좀 낯간지러운데, 미소를 보자 나 이 언니한테 반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이 언니와 퇴근하면 피자를 사 먹고 공포영화를 보고 자주 어울렸다. 내 음침하고 소심한 성격 때문에 나는 회사에서도 적응을 잘 못했는데, 언니는 항상 내 편을 들어주면서 다독여줬다. 내가 퇴사하지 않은 이유는 이 언니와 헤어지기 싫어서 인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8개월 차가 됐는데. 나도 다른 사업장으로 전배를 가고 이 언니도 다른 사업장으로 전배를 가게 됐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으로 찢어지게 됐는데. 연락은 하고 지내자며 헤어졌다.
"나 퇴사했어"
라며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왔다. 네? 언니? 전배 가기 전에도 퇴사하려고 했었는데, 전배 가 보아도 퇴사를 해야겠단 생각에 퇴사를 했다고 했다. 내심 기뻤다고 해야 하나. 언니 고향이 내 회사 근처여서 연락도 가끔 하며 지냈다. 그사이에 언니는 남자친구가 생겼고, 그 남자 친구 동기가 지금 내 남편이다.
남편은 내가 손만 잡아도 얼굴이 빨개졌고, 우리 언제 사귀냐고 내가 먼저 물어봤으며 결혼은 언제 하냐고 했다. 일사천리로 내가 하자는 대로 쭉 진행 됐다. 가끔은 그 당시 그냥 내가 하자고 해서 끌려다닌 건가 싶어서 남편에게 되물은 적이 있다. 나랑 결혼 왜 했냐고, 그냥 하자고 해서 끌려가서 한 거지?!
이 무던함이 이 여유로움이 매력으로 느껴진 것 같다. 물론 남편은 삼각형의 남자다. 내가 나머지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3 +3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