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애들이 놀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특히나 남자애들은. 우리 아이도 많이 긁혀오고 물려왔어도 그럴려니 했더랬다. 내 아이가 피해를 준만큼 받기도 하니까. 그게 작년일이었다. 맞벌이에 집안일에 육아에 찌들어 모른 척했나 보다. 올해 초에 정말 진지하게 원장선생님이 검사를 해보자고 권하셨다.
'아차'
이 한 단어만 떠오르며 앞이 깜깜했다. 급하게 집 근처 소아정신과에 예약을 하려니 무려 한 달이나 기다리란다. 초조하게 하루하루가 지나갔고 약속의 날이 왔다. 혹시라도 늦으면 순서가 밀릴까 싶어 부지런히 20분 일찍 왔다. 승똥이는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휴대폰을 보여달라며 떼를 썼다. 이래서 나는 외출이 싫다. 핸드폰을 보여주기 싫어서 6년 동안 외식 한 횟수가 10번도 안된다. 그마저도 시어머니 생신이거나 돌잔치 같은 내가 원해서 간 경우는 더 적었다.
9시 예약이었는데 부모 양육 태도 검사지를 하라며 20분을 더 잡아먹었다. 이럴 거면 미리 용지 받아서 적어오라고 말해주지. 결국 한 시간 가까이 지나고 10시가 돼서야 진료를 볼 수 있었다. 나는 승똥이가 ADHD라던지, 자폐 스펙트럼이라던지 뭔가 결과를 바로 알 수 있나? 싶었다. 상담시간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고, 내가 원하는 아이의 상태는 추가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첫 검진에서는 추가 검사도 못한다며 다음번에 다시 오란다. 초지만 예약이 되고 재진은 당일 대기 후 진료란다.
'그러면 또 이 대기줄을 기다려서 진료를 봐야 한다고?'
막막하고 초조한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안 좋아졌는데, 일단 알겠다고 한 뒤 오후에 있을 어린이집 원장선생님 면담을 기다렸다. 애들은 오전 진료 후 어린이집 등원을 했고 우리는 간단하게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얘기했다.
14시가 되어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승똥이 담임선생님과 원장선생님이 면담실에 앉아 계셨다. 우리는 소아 정신과에 방문하기 전 어린이집에서 양육 태도 검사와 자녀 훈육법 그리고 기타 등등 설문지를 앱으로 작성해서 업로드하랬다. 결과는 오늘 듣기로 했다. 소아 정신과에서 했던 검사지 내용과 거의 흡사해서 오늘 정신과에서 진료보 내용을 먼저 원장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 승똥이는 인지 능력도 문제가 없고, 특이점이 보이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원장선생님의 눈빛이 달라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의 양육 태도가 문제였다. 소아정신과에선 밖에 대기 중인 환자가 많아서 설명을 제대로 안 해준 것 같다. 검사 결과지도 도통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아 문제가 없다고만 생각했더랬다.
남편은 지나치게 엄격하고 나는 지지력과 잔소리가 많다고 나왔다. 난 내가 좋은 부모인 줄 알았다. 자식에게 폭행을 가하지도 않았고, 폭언을 하지도 않았다. 주거환경을 개선해주고 싶어서 악착같이 모아서 집도 점점 넓혔다. 옷도 장난감도 넘치진 않지만 부족하진 않게 해 줬다. 내가 살아온 환경이 끔찍이도 싫어서 자녀에겐 잘해준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난 내 부모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면담실에서 계속 눈물이 흘러서 휴지가 마를 새가 없었다.
'내가 잘못 키웠구나.'
우리 부모처럼만 안 하면 그걸로 잘 키우는 줄 알았다. 근데 육아는 의식주만 해결해 준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사랑'
그렇다 내리사랑이 비로소 육아였다. 내가 뭐 받아 봤어야 알지.. 면담이 끝나고 원장선생님이 누누이 당부했다.
"아버님, 어머님. 승똥이 한 테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격려를 해주세요. 실수해도 괜찮다고. 다음번에 그러지 않으면 된다고. 자주 안아주시고 주말에 거창하진 않더라도 공원을 산책한다던지 흥분도를 높이는 키카나 놀이터는 자제하셔야 합니다."
"아 그리고, 양육 스트레스에 과해서 말인데요..."
스트레스에 관한 것도 당연히 높을 줄 알았다. 근데 양육 스트레스도 보통 사람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배우자에 관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내가 남편과 결혼을 결심한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인데, 나랑 정 반대의 성격이지만 서로가 이해심이 있고 한쪽이 팍 튀면 한쪽을 지그시 눌러 주는 사람이었다. 나도 아빠를 닮아 굉장히 화가 많고 다혈질이었는데 남편의 무던한 성격이 나를 변화시켰다. 변화된 내 모습이 싫지 않았다. 그래서 이 사람과 결혼했었다.
'다시 한번 해보자!'
그렇게 다짐하고 애들을 하원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다며 아들을 꼭 안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