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올해 털어야 한다.
초조하게 자정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57초, 58초, 59초! 00시 00분!" 매번 청약에 떨어지며 이번에도 기대 반 설렘반으로 청약홈 앱을 켰다. 당첨 조회를 위해 이름과 주민번호를 신중하게 확인한 후, 조회 버튼을 눌렀다. '내가 당첨이라고?' 손이 떨렸다. 기쁜 건지 슬픈 건지 모를 울컥한 기분이 들어서 새벽 내내 잠을 설쳤다. 남편 출근시간이 되길 기다리며 거실에서 뜬눈으로 지새웠다.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시드는 필수구나!
이 당시에는 주식에는 큰 뜻이 없어서, 통장 예금에 2억 가량이 예금으로 녹고 있었다. 드디어 이 돈을 안전자산에 사용할 수가 있구나. 당첨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바로 구축집을 매도하려 집 주변 모든 부동산에 연락을 돌렸다. 이때가 2022년 부동산 불장의 끝트머리였다.
계약금을 전액 현찰로 납부한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집을 내놨는데 사람들이 보러 오질 않는다. 나는 그동안 이 지역 부동산 동향이라던지, 앞으로 2년 뒤에 있을 4만 세대 입주 폭탄을 알고 있기에 무조건 구축 집을 털어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 해졌다. 처음 3억 까지도 팔리던 시세가 점점점 내려갔고 나는 물러설 수 없었다.
욕심을 부렸다. 발목에서 샀으니 어깨에서 팔고 싶어서 원하는 금액이 아니면 팔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적의 매도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누군가 그랬다. 발목에 사서 허리에 팔 생각을 해야지 어깨 위로 팔려고 하면 못 팔 거라고. 자의든 타의든.
망했다.
욕심부리다가 결국 집을 1년 6개월이 되어서야 2억 3천800만 원으로 타협했다. 심지어 남편은 2억 4천 미만으로는 절대로 안된다고 해서 내가 설득의 설득을 거친 후, 그날 바로 팔렸다. 그렇게 이 아파트 25년 시세는, 다시 1억 9천800만 원이 됐다. 만약 내가 매수 문의가 왔을 때도 욕심을 못 버리고 못 털었으면 물가 상승분도 못 받고 사실상 자산이 마이너스가 된 상태로 처분한 꼴이 됐을 거다.
구축집을 팔려고 정말 별의별 짓을 다 했는데, 첫째로 출근 전마다 무조건 정리 정돈했고, 커튼마다 탈취제를 뿌렸으며, 커튼 박스나 창틀 실리콘에 곰팡이가 폈는지 확인했다. 음식물 쓰레기는 매일 저녁마다 버렸다. 개인 현관도 매일 빗자루질했다. 제일 중요한, 집에 사람이 없어도 부동산 사람에게 비번을 알려주고 보여줬다.
오히려 이렇게 힘들게 청소했을 때 안 팔리다가 반 포기 상태로 친오빠가 집들이로 놀러 왔을 때 술병 맥주캔 치우지도 않고 그대로 식탁에 올려둔 상태로 집이 팔렸다. 팔린 이유가 웃겼는데, 우리 집이 다른 집보다 엄청 깔끔하고 좋은 냄새가 났다고 했다. '이게 깨 끗한집이라고? 다른 집은 어떻게 살림살이를 하고 살길래..?'
집 매도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새로 분양받은 집이랑 이사 날짜가 안 맞았다. 이사를 2번 갈 각오로 회사 근처 제일 저렴한 전셋집을 구했다. 이게 화근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분양받은 아파트 날짜에 맞는 집을 구했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