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은 떠돌이가 아니라
시작하는 생명력

인생의 '이끼'는 늙어서 끼는 게 아니라 멈춰서 낍니다

by 천태만상

"팔자에 역마살(驛馬煞)이 들어서 고달프겠네."

예부터 역마는 고향을 떠나 떠도는 고단한 삶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25년 동안 병원이라는 생로병사의 현장에서 행정가로 살고, 이제는 삶의 끝자락에 선 이들을 돌보는

사례관리자로서 사주를 들여다보니, 고전이 말하는 '움직임'의 진정한 가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인생의 '이끼'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자가 아니라, 멈춰 서서 스스로를 가둔 자에게 찾아옵니다.


동(動)과 정(靜)의 조화, 삶은 멈추지 않는 흐름이다

고전 명리학의 핵심 원리 중 하나는 "동정론(動靜論)" 입니다.

우주의 만물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과 머무르는 '정'의 반복으로 이루어집니다.


사주명리학의 고전인 《적천수(滴天髓)》에서는 기운이 막힘없이 흐르는 상태를 '통(通)'이라 하고,

기운이 한곳에 뭉쳐 정체된 것을 '체(滯)'라고 보았습니다. 구르는 돌은 '동'의 상태에 있기에 기운이

사방으로 소통(疏通)됩니다.

반면, 멈춰 선 돌에는 습한 기운이 몰려 이끼가 낍니다. 명리학적으로 이 이끼는 우리 삶의 에너지가 흐르지

못해 발생하는 '기체(氣滯)'이자, 운의 흐름을 방해하는 '탁한 기운'입니다.


역마(驛馬), 떠돌이의 살이 아닌 개척의 에너지

전통적인 관점에서 역마는 신살(神煞) 중 하나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그 본질은 '생지(生地)의 기운'

입니다. 인신사해(寅申巳亥)로 대표되는 역마의 기운은 새로운 계절을 열고 생명을 싹틔우는 강력한 시작의

힘입니다.


구르는 돌에 이끼가 끼지 않는 이유는, 그 돌이 역마의 기운을 빌려 끊임없이 자신의 탁기를 털어내고 새로운

기운을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병원 행정 25년의 안정된 삶에 머물지 않고,

50대에 사회복지사가 되고 다시 평생교육사를 공부하는 것도 제 안의 생지(生地), 즉 멈추지 않는 역마의

에너지를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목격한 '불통즉통(不通則痛)'

한의학의 고서에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通則不痛 不通則痛)"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비단 몸의 병뿐만 아니라 운명의 병에도 적용됩니다.


자살 예방 센터에서 만난 수많은 사연 속에는 '멈춰버린 삶'이 있었습니다.

과거의 상처에 머물러 있거나, 다가올 미래가 두려워 현재의 발걸음을 떼지 못할 때 인생의 이끼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집니다. 명리학 고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타고난 사주가 어떠하든, 스스로를 '동(動)'의 상태로 두어 기운을 순환시킨다면, 어떤 액운(이끼)도 뿌리

내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당신의 돌을 굴릴 시간

50대, 누군가는 정착을 말하고 누군가는 은퇴를 준비합니다.

하지만 명리학의 눈으로 본 인생은 죽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는 오행(五行)의 순환입니다.

"내 팔자가 이래서 안 돼"라고 멈춰 서지 마십시오.

당신의 사주가 험한 산길일지라도, 계속해서 돌을 굴리는 한 그 돌은 이끼가 끼지 않는 단단하고 매끄러운

보석이 될 것입니다.

저 역시 오늘도 제 인생의 돌을 힘차게 굴려 봅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구르는 돌은 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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