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알갱이 Jun 27. 2024

박윤구발 유서

2

허나 생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자유는 쉽사리 주어지지 않았다. 윤구는 사는 것만큼이나 죽음도 두려웠기에 늘상 그 경계만 주섬거렸다. 혹은 죽음 뒤 무언가 이어진다는 다수의 종교 속 설파들이 진짜일까 무섭기도 했다. 아님 지금이 죽음 후 지옥일지도 모른다고 간혹 생각도 하였다. 줄줄 실타래 마냥 이어지는 잡념 속 윤구는 매일 주저앉고 있었다. 윤구는 분명 자라나며 뒤집고 기고 일어서 걷기를 배웠으나 그 배움이 무색할 만큼 하루씩 아주 빠르게 서서 나아감을 잊었다. 그럼에도 시간은 흘렀고 다른 이들이 딛고 일어나 박차고 뛰어갈 때 윤구도 세월은 따라가야지 하며 데굴데굴 굴러갔다. 윤구의 거푸집은 괴괴하게 커져만 갔으나 그 속에는 깊이 주저앉은 채로 박힌 주름진 애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세상과 사회는 주름져가는 시간을 대가로 어른스러움을 요구했다. 윤구는 심히 당혹스러웠으나 재빨리 주위 어른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한참 최악의 감정들을 마주해야만 했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 난 그런 악마가 아니야, 난 괴물이 되지 않을 거야, 어떻게 해서든. 윤구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어른인 어미. 윤구는 그 반대편으로 악착같이 생각하고 바라보며 손톱 끝까지 힘을 밀어 부득부득 기어갔다. 제 온몸이 갈리고 피고름 딱지가 흉 질 새 없이 녹아내려도 윤구는 그렇게 살려고 했다. 선에 대한 강박이 낙인으로 뿌리내렸다. 그때부터였는지 모른다. 선 또는 악이라는 일그러진 명암이 독소처럼 퍼져 저주가 된 것이.

작가의 이전글 살아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