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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크 Oct 23. 2024

남편의 카레

                                                             남편의 카레

고슬고슬 갓 지은 찰진 밥에 맛있는 카레

                             

  딸과 사위가 한참 실랑이 중이다. 카레 속 재료에 대해서 서로 의견 조율을 못하고 있다. 너무도 진지하고 팽팽해 감히 끼어들지 못한다.

  사위는 기왕 먹는 거 각종 채소를 골고루 넣어 카레의 맛과 영양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는 것이고 그에 반해 딸은 기본 재료인 고기, 양파, 감자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누구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극명히 달랐다. 나는 아무리 먹기 싫은 채소를 넣어도 남편이 해주기만 한다면 군말 없이 잘 먹겠다며 속으로 딸 보다 사위를 더 응원한다.

  그 타이밍에 아이들 어렸을 때 별미로 가끔 손 수제비를 큰 냄비 하나 가득 끓여 맛있게 먹었던 생각이 떠오른다. 언감생심 온라인 쇼핑은 꿈도 못 꾸던 시절이었다. 재료가 떨어져 없어 한 가지라도 빼고 끊이려고 하면 꼭 필수적으로 넣어야 한다며 무슨 시험 답안지 외우듯 결. 호. 감. 양. 을 외우게 하였다. 멸치, 호박, 감자, 앙파를 말하는 것인데, 멸치야 그렇다 치더라도 나머지는 하나 정도 빠져도 되지 않을까.

  그렇듯 어떤 음식이던 꼭 공식을 외치던 남편이었지만 카레만큼은 예외였다. 고기, 감자, 앙파만 딱 세 가지만 넣고 해 줘도 늘 잘 먹었다. 그 이후 우리 집은 당근 따윈 없어도 괜찮았다. 그렇게 30년의 평온했던 카레가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카레에 당근은 물론 파프리카와 브로콜리까지 넣어 카레를 만드는 사위의 노력이 가상하나 딸은 야속하게도 ‘ 당근과 브로콜리 안 들어간 엄마의 카레가 젤 맛있어’라는 듯 나에게 자기편 좀 들어 달라는 도움의 눈길을 보낸다. 나는 대답 대신 속으로 외친다. 딸아, 어떤 카레보다 남편이 해주는 카레가 제일 맛있는 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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