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제 3

by olive



비어가고 있다

하얀 종이 위에

까만 연필 자국이

점점 희미해져 가듯이



무언가가 안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붙잡아둘 힘이 없다

촛점없는 눈이

무력하게 뒤쫓는다



사랑도 정열도 희망도

수분이 빠져나가

박제된 껍질만 남았다

원인을 모른채



줄기 끝에 간신히 매달린

마른 나뭇잎

바람에 날려간다

소멸이 멀지 않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