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브런치에 자주 들어오지 못했어요.
특별한 주제가 있어야만 매거진을 발행할 수 있는 건 아닐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거진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으로 인해 쉽게 글을 쓰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짧게 가볍게, 요즘 저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서 나눠볼까 합니다.
거의 매주 갤러리에 방문하는 편입니다. 미술관, 박물관보다 더 작은 규모의 갤러리에 방문하면 무엇이 좋을까요? 통상적으로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작품들의 갯수는 10점 미만으로 적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시대정신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공유를 넘어 작품의 주제에 깊게 공감하고 고민하는 그 과정이 즐겁습니다.
최근에 도산공원 화이트큐브 갤러리의 줄리 커티스전을 다녀왔습니다.
작가인 줄리 커티스가 엄마가 되고 난 다음에 느끼는 신체적 사회적 변화를, 새, 알, 꽃과 정물 등을 통해 표현한 개인전이었습니다. 아직 아이가 없지만, 작가의 고민과 고뇌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전시였습니다. 단순히 아이를 낳고서 일상생활의 제약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 그린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단단했던 자아가 붕괴되고, 엄마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2.0의 자아로 태어나는 순간에 대해 그린 작품들이었습니다.
또한 화이트 큐브 인근에 위치한 페로탕 갤러리의 권진규 작가 개인전에도 다녀왔습니다. 인간군상 삼라만상. 이 단어가 떠오르는 전시였어요. 탱화와 같은 불교적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 화풍. 그리고 센과치히로를 떠오르게 하는 만화적 이미지들. 작년 겨울 한국에서의 계엄령과 국회에서의 시위를 연상케하는 장면들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파리에서의 혁명까지. 폭력과 전쟁의 역사를 그려낸 작품을 보면서 나는 우리 시대의 아픔을 이해하고 있나-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건축학 비전공자입니다. 건축 / 예술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 웅장한 / 개성있는 건축물을 보면 가슴이 설레입니다. 조형미, 서로 다른 재료를 사용하는 것, 완벽한 이역공간에 접어들게 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최근 방문했던 공간 / 건축물 중에서 인상 깊었던 곳은 도산공원 송은 아트스페이스입니다.
박물관에 들어서는 입구가 까맣게 암흑으로 되어 있고 천장에는 촘촘하게 전등이 박혀 있습니다.
은하수가 떠 있는 박물관 입구.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이 있는 사유의 방안에 들어갈 때에도 같은 장치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암흑 속에서 작품을 만나게 되면 극적인 효과가 배가 되지요. 특히나 송은은 워낙 층고가 높은 건물인지라 더욱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들로 채워나가시는 한 주가 되시길 바랍니다.
자주 찾아뵐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