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젓가락의 한방
"여기, 요기로..." 손으로 공을 통통 튕기며 요리조리 농구공을 몰고 다녔다.
아이들과 농구 시합이 시작됐다. "나이 들었다고 엄마를 허당으로 보지 마라"
나는 외쪽으로 던질 듯 몸의 방향을 잡다가 몸을 틀어 오른쪽으로 몰고 갔다.
조그만 발로 콩콩 뛰며 기를 쓰며 수비하는 아이들의 손을 피해
기필코 이겨 볼 것이라고 농구 뽈대를 행해 가볍게 날아올랐다.
'한때 농구 좀 했지...' 그 순간이었다.
발목이 삐끗하는 듯했는데 그만 힘없이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순간 경기 중단, 발등 주변으로 갑작스러운 통증이 몰려오며
시퍼렇게 멍이 들고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에구, 이 나이에 농구라니, 그것도 여섯 살 일곱 살 아이들과...'
순발력과 민첩성이 떨어져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듯 문어처럼 흐느적거리며
20대 마음으로 훨훨 날아오른 결과였다.
병원진료를 받으니 "발등의 인대가 늘어나 깁스를 2달 이상 해야겠습니다."
목발까지 짚고 다니며 절룸발이 생활을 간신히 이어가던 중
기세 등등 7월의 폭염까지 들이닥쳤다.
깁스 안에 갇힌 왼쪽 발등, 발목 부분에 땀이 차고 스멀스멀 가려워 미칠 지경이었다.
'어떻게 깁스 안을 긁을 수 있단 말인가!' 두리번거리던 것도 잠시, 방법은 이것이다.
만리장성 같은 깁스의 장벽을 넘어설 길은 '아, 쇠젓가락.'
엎어질 듯 주방 쪽으로 몸이 미끄러졌다.
쇠젓가락의 어두운 깁스 안의 탐험이 시작됐다.
내 명령을 받은 쇠젓가락은 끈적거리는 깁스 안이라는 좁디좁은 공간,
땀의 빙상 위에서 화려한 스케이트 요정처럼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 시원하다. 피가 나게 긁어도 괜찮을 만큼.
그 순간 쇠젓락의 힘은 그동안 수없이 음식을 입으로 나르던 본연의 활동보다 더 강력하였고
감질나게 애태우던 농구의 '슛 볼' 보다 화끈한 한방의 활약이었다.
그해 여름밤은 시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