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
오늘은 화원시장 장날이다.
"제철 과일 살 게 뭐 있을까" 하며 시장 입구로 들어서는데,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사람들 숨결이 뒤엉켜 시장통은 북새통이다.
벌겋게 달구어진 난로 위에 올려진 주전자 뚜껑 가장자리에서 피어오르는 김처럼
후끈한 한여름의 열기를 헤치며 지나가다 문득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이 이렇게도 많은 걸까'
과일, 채소, 고기, 생선 같은 식재료는 물론이고,
그릇과 냄비, 갖가지 주방용품 등 물건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갓 밭에서 캐온 듯 아직 황토 흙이 수염처럼 묻은 고구마와 감자까지,
어느 하나 불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살 수 있는 것도,
모두 살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있으면 편리하고 풍요롭지만, 없어도 살아지는 물건들.
눈으로 빠르게 스캔하며 결국 금사과 같은 사과 몇 알과
요즘 즐겨 찾는 카스텔라 홍 감자를 한 바구니 샀다.
예전보다 생활에 필요한 무언가를 선택할 때 조금은 더 신중해졌다.
식재료를 고를 땐 냉장고 속을 먼저 떠올리고,
옷을 고를 땐 마치 서문시장 옷 가게 같은 내 옷장을 그려본다.
신발을 살 때도 마음속으로 신발장 문을 열어보며 잠시 멈춘다.
하나를 들이면 하나를 버려야 집안이 정리되는 것 같다.
오늘은 무엇을 버릴까,
신발장 안을 들여다보다가 작년에 한 번도 신지 않았던 앵클부츠를 꺼냈다.
뒷굽이 닳고 앞코가 해진 신발은 수선을 미루다 결국 자리를 내어줄 운명이다.
물건이 많으면 마음도 복잡해진다.
새것을 만나려면 먼저 오래된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요즘 더 자주 느낀다.
살다 보면 늘 무언가를 더하는 일과 덜어내는 일이 교차한다.
덧셈과 뺄셈의 균형을 잃으면 삶은 금세 무거워진다.
필요 없는 물건을 비워내듯, 불필요한 감정들도 가볍게 내려놓고 싶다.
내 마음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건 어쩌면 물건이 아니라 감성일지도 모른다.
삶을 아름답게 흔드는 감동과 설렘으로 들썩이며,
그렇게 한 번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