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작은 기적
동네 꽃집 앞을 스치듯 지나가다가
우연히 한 화분 안에 새초롬히 담긴 식물을 발견했다.
살아생전 내 어머니에게 안온한 위로가 돼 주었을
소파 옆에 늘 자리하던 푸른 재스민이 오늘따라 너무 그리워서
그 아이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재스민에게 베란다 한편에 아늑하고 포근한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매일 아침 물을 한 모금씩 건네고, 햇살을 쬐어주면서.
'그런데, 무슨 일일까?'
처음에 그렇게 싱싱하던 아이가 어느 날부턴가 잎사귀가
돌돌 말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내가 그동안 무엇을 잘못한 걸까'
그날부터였을까...
“괜찮아, 우리 다시 시작하자!”
라고 화분 앞에 앉아 말을 걸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무 변화도 어떤 미동도 느끼지 못했다.
재스민 잎사귀 사이로 작은 바람조차 스쳐 지나가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작은 기적이 찾아왔다.
말라 가던 줄기 옆에서 연둣빛 새싹 하나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 빛은 너무도 여리고 작아서,
한순간이라도 눈을 떼면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 작은 숨결을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살아 있다는 건,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사이,
조용히 스스로를 증명하는 일이라는 것을.
신기하게도 화분을 돌보는 동안 나 자신도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늘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오히려 식물 앞에 멈춰 서는 법을 배우며.
재스민에게 시간을 주듯,
나 자신에게도 시간을 주는 연습을 한 셈이다.
이제 그 화분은 초록 잎을 활짝 펼치며 창가 유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며 바람결에 속삭이고 있다.
“조금 늦어도 괜찮아.
우리는 다시 피어날 수 있으니까!”
재스민은 내게 말해줬다.
삶은 결국 기다림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기다림 끝에서 만나는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다시’라는 말속에 숨어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