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쓴 편지
0221
꿈속에서 쓴 편지.
지금 시간은 아침 7시. 7호선 전철에 앉아 편지를 씁니다.
아침은 몽롱하고, 출입문에 달린 작은 창으로는 녹색빛이 수시로 바뀌며 눈에 비칩니다.
따뜻한 노란빛에서 은은한 녹색으로 이어지는 길 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고 있지만 눈을 감고 꿈으로 도피합니다.
꿈을 꿀 때 가장 행복합니다. 잠을 잘 때 가장 편안합니다.
요즘 꾸는 꿈은 놀라울 정도로 흥미진진합니다. 꿈속에서 살고 싶어요.
거기서는 잠을 자지 않아도 됩니다. 꿈을 꿀 필요도 없어요.
크고 작은 갈등은 웃음으로 넘겨버리고요. 매일매일 재미난 일로 넘쳐납니다.
마치 여행에 간 것처럼요.
여행. 여행에 간 것처럼요.
여행은 일상에 갇힌 나를 핀셋으로 쇽 하고 뽑아내 다른 곳에 던져놓는 것 같아요.
반복이 없는 곳, 지겨움이 없는 곳.
새로움이 두려움으로 다가와도 마체테로 쓱싹 썰어내며 나아가는 곳.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 7시 7호선에 앉아 있는 저를
누가 핀셋으로 쇽 뽑아내 꿈속으로 던져주던가,
낯선 곳으로 여행 보냈으면 좋겠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저의 요즘 생활이 불만족스럽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것 빼고는 만족스러운 직장,
재미로 가득한 친구들, 애틋한 가족,
난폭한 고양이들로 가득 채워 넣은 일상입니다.
그러니까 아침 일찍 눈을 뜨면
“아 시발”
하고 눈을 뜨지만 잠에 들 때는
안락하고 포근하고 만족스럽게 잠에 든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덧붙여 아침 7호선 여기서 몽롱하게 꿈을 꿉니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찾아보면 있겠지만 너무 졸려서 조금만 자겠습니다.
오늘은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뿌린 상탈 향이 좋아 기분이 좋습니다.
꿈속으로 돌아가야겠어요. 그쪽이 더 행복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