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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양이디엠 Feb 21. 2023

평양이디엠의 만화 - 꿈속에서 쓴 편지

꿈속에서 쓴 편지

0221

꿈속에서 쓴 편지.

지금 시간은 아침 7시. 7호선 전철에 앉아 편지를 씁니다.

아침은 몽롱하고, 출입문에 달린 작은 창으로는 녹색빛이 수시로 바뀌며 눈에 비칩니다.

따뜻한 노란빛에서 은은한 녹색으로 이어지는 길 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고 있지만 눈을 감고 꿈으로 도피합니다.


꿈을 꿀 때 가장 행복합니다. 잠을 잘 때 가장 편안합니다.

요즘 꾸는 꿈은 놀라울 정도로 흥미진진합니다. 꿈속에서 살고 싶어요.

거기서는 잠을 자지 않아도 됩니다. 꿈을 꿀 필요도 없어요.

크고 작은 갈등은 웃음으로 넘겨버리고요. 매일매일 재미난 일로 넘쳐납니다.

마치 여행에 간 것처럼요.


여행. 여행에 간 것처럼요.

여행은 일상에 갇힌 나를 핀셋으로 쇽 하고 뽑아내 다른 곳에 던져놓는 것 같아요.

반복이 없는 곳, 지겨움이 없는 곳.

새로움이 두려움으로 다가와도 마체테로 쓱싹 썰어내며 나아가는 곳.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 7시 7호선에 앉아 있는 저를

누가 핀셋으로 쇽 뽑아내 꿈속으로 던져주던가,

낯선 곳으로 여행 보냈으면 좋겠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저의 요즘 생활이 불만족스럽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것 빼고는 만족스러운 직장,

재미로 가득한 친구들, 애틋한 가족,

난폭한 고양이들로 가득 채워 넣은 일상입니다.

그러니까 아침 일찍 눈을 뜨면


“아 시발”


하고 눈을 뜨지만 잠에 들 때는

안락하고 포근하고 만족스럽게 잠에 든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덧붙여 아침 7호선 여기서 몽롱하게 꿈을 꿉니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찾아보면 있겠지만 너무 졸려서 조금만 자겠습니다.

오늘은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뿌린 상탈 향이 좋아 기분이 좋습니다.


꿈속으로 돌아가야겠어요. 그쪽이 더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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