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고 싶어? 실패하고 싶어?
성공하고 싶었다.
일은 할만했지만 사람이 싫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투자자가 되고 싶었다.
남들처럼 농땡이도 피워보고 대충대충 할당량만 채우고 했어야 했는데.
'쉬엄쉬엄 해봤자 뭐해 시간이 안 가는데...' 이런 정의로운 마음가짐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내 성격이 문제이다.
인정받고 싶었다.
나와 같은 두뇌를 가진 인재가, 이런 단순노동 반복의 직장에서, 일도 잘 안 하는 아무개 씨랑 같은 월급을 받으며, 기계부품 취급을 받고 있다는 걸,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학력도, 기술도, 자격증도 없는 내가 먹고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몸 쓰는 일뿐이었다. 그리고 몸 쓰는 일은 대부분 진입장벽이 낮다. 그 말인즉슨 정말 별의별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다는 거다. 다양성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나는 처음으로 사람 자체를 혐오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내 잘 못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도 사람인 걸...
내 꿈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20대에 성공한 삶. 20대 벼락부자. 한 달 대박 수익 공개. 이런 제목의 영상을 볼 때마다 그 이야기에 나 자신이 이입되어 '나라면 이랬을 거 같은데... 나라면, 나라면...' 이런 망상을 하며 부러움을 느꼈지만, 내 꿈은 그저 작은 방 하나에 사랑스러운 아내와 토끼 같은 내 자식들과 함께 오순도순 살아가는 것. 100억? 1000억? 그렇게 큰 금액은 원하지 않았다. 그저 10억. 집 한 채 사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사용할 금액. 주식 투자나 은행에 저축만 해도 알아서 나오는 이자로 생활할 수 있는 금액.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억.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시민으로서 경제적인 독립을 할 수 있는 시민권 같은 금액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30대 전에 10억이라는 목표금액을 모으고 싶었다.
이미 고등학교 졸업 후, 2년간 군대를 다녀오고, 이리저리 방황만 하다가 이미 20대 중반에 도달한 나였기에, 나에게 30대가 될 때까지 남은 시간은 별로 없었다. 결국 맨땅부터 시작하여 빠르게 10억 원을 모으고 싶다면 일만 해서는 안 됐다. 저축만 해서도 안 됐다. 공격적으로 투자하여 내 자산을 불려 나가지 않는 이상 내가 원하는 목표 금액을 모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욕심인걸 알지만 나 자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도 알지만 '아직 젊으니까.'라는 마음가짐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실패를 생각하지 않았다. 단 돈 5만 원, 10만 원이라도 수익이 났다면 나는 만족했다. 하지만 내 목표치에 다다르기에는 한참 부족했기에 욕심을 내서라도, 무리를 해서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아가야만 했다.
시장은 생각보다 냉혹했다.
'무엇이 주가를 결정짓는가?' 누군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 답할 것이다. '시장이 결정짓는다.'
그럼 시장이란 무엇인가?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주시시장은 마치 투표하는 장소인 거 같다. 민주주의 사회가 투표용지로 투표하여 무언가를 결정하듯이. 시장은 돈으로 투표하여 주가를 결정한다. 하지만 하나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투표장에서 한 사람당 1장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돈 많은 사람이 장땡이다. 경재 지표? 재무제표? 차트? 그딴 거 다 필요 없다. 돈 많은 고래가 마음만 먹으면 주가는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는 거다. 물론 시장은 드넓은 바다이지만 고래 한 마리가 혹은 여러 마리가 바다를 지배한다. 그리고 나의 턱없이 부족한 시드머니로는 이 냉혹한 바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은 희박했다.
주식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무기가 필요했다. 이 잔혹한 주식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가 알고 싶은 건 단 한 가지였다.
'이 회사의 주가가 비싼지 싼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지?' 주식을 잘하는 사람은 간단하게 설명 가능하다. 저렴할 때 사서 비쌀 때 잘 팔아넘기는 사람. 답은 간단했다. 내가 주식을 쌀 때 사서 비싸게 팔려고 한다면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된다. 회사의 재무제표에는 당기순이익, 부채비율, 유보율, PER, BPS, PBR, 이번 년에 주어질 배당금까지 아주 친절하게 적혀 있다. 그중에서 당기순이익과 부채비율. PER, BPS는 손에 꼽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얼마나 돈을 벌어 들이고 있나? 당기순이익. 빌린 돈은 감당이 가능한가? 부채비율. 이 회사의 주가는 고평가 되었나? PER (10 이상 고평가. 10 이하 저평가.) 회사가 매각된다면 최소 보장되는 금액은 얼마인가? BPS(Book value Per Share). 이 정도만 알고 있어도 투자를 결정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워랜 버핏이 말하기를.
'주식시장은 스트라이크가 없는 야구경기이다. 공이 아무리 포수의 정중앙으로 와도 내가 휘두르지만 않으면 아웃되지 않는다. 그저 투수가 던지는 공중 쉬운 공은 골라서 때리기만 하면 되는 아주 쉬운 게임이다.' 아주 공감이 가는 명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코스피 상위 200 종목의 재무제표를 모두 확인해 보았고 그중 7가지의 저평가된 우량주를 찾았다. 이제 내가 해야 할 거는 세계시장에 정세를 확인하고 앞으로 미래에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주식을 골라 투자를 하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문제점이 있다. 코스피 200의 주식들은 상당히 덩치가 크기에 쉽게 상승하거나 하락하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가치투자로서는 아주 좋은 종목들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종목이라는 뜻이다.
가치투자를 목표로 한다면 주식을 팔아서는 안된다.
왜?라고 묻는 다면 가치투자자가 원하는 건 현금이 아니라 자신이 회사에 투자한 주식의 가치이니까라고 대답할 수 있다.. '현금은 쓰레기다!' 'Cash is trash!'라는 레이 달리오의 유명한 말이 있다. 나 또한 이해는 간다. 잉여자금을 투자하지 않고 가만히 썩혀둔다면 매년 증가하는 인플레이션에 내 돈의 가치는 휴지조각으로 변해 있을 거라는 걸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10억 원이다. 즉 현금(cash) 이기 때문에 내가 현재 가치투자를 할 일은 없다. 내가 나중에 집을 사고 가족을 꾸리고 쓸 돈 다 쓰고 남는 잉여자금이 있다면. 그 자금으로 가치투자를 하는 것은 이해가 가겠지만. 지금 1억 원도 없는 나에게, 30대가 코앞인 나에게, 중요한 것은 단기간에 벌 수 있는 높은 수익률. 즉 현금이 목표일 수밖에 없었다.
차트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시간도 돈도 없는 내가 단기간에 많은 수익률을 기대해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바로 차트를 보고 단타를 하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점은 큰 파도가 오는 것은 눈에 보여도 무수히 많은 작은 파도들은 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론은 같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 차트를 보고 저점과 고점을 예상하고 시장이 반등과 하락할 타이밍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말하지만 이건 불가능하다. 예측은 할 수 있어도 절대 확신을 할 수 없다. 높은 수익이 단기간에 보장되지만 만약 잘못 판단한다면 단기간에 아주 커다란 손실을 입게 된다. 그만큼 위험성이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투자가 아닌 투기. 그래도 어쩌겠는가. 돈이 급한데.
그러다 크게 데었다.
아주 크게 데어버렸다. 단타를 하게 되면 단기간에 2~3%를 수익 목표를 잡고. 손실도 마찬가지로 2~3%에 매도하는 규칙이 보통 적용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너그럽게 '수익은 최대 10%! 손실도 버틸 수 있는 만큼 존버 하자!'라는 단기투자의 목표와는 안 맞는 가치투자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투자를 진행하였다. 그러고는 운 좋으면 1주일 정도. 운이 나쁘면 2~3달은 기다려서 얻는 10%의 수익도 성에 차지 않았기에 신용에 손을 댔다. 처음에는 운이 따라줬는지 수익은 좋았다. 이렇게 쉽게 돈이 벌리는데 신용을 안 써야 되겠는가? 정답은 '확신할 수 없다면 쓰지 말아야 한다'이다. 나는 이 규칙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주식시장에서 연승을 거두고 있었기에 다음에도 그럴 거라는 확신을 하고 투자해버렸다. 하지만 세상은 냉혹한 법. 이미 손쓰기에는 늦어버릴 정도로 손실이 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