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멈춰야 생각이 사라지는가
풀벌레 소리는 시원하다. 저 멀리서 울리는 것 같은 소리, 귀를 거스르지 않는 고른 소리. 마치 동굴 속, 또 깊어지는 하늘처럼. 휴가철을 피해서인지 동네 여기저기 가게마다 뒤늦게 <이번주는 쉽니다>라는 메모가 보였다. 나름 단골이라 생각한 몇몇 식당도 문을 닫았다. 괜히 아쉬웠다.
그 메모에 이상하게 발이 끌렸다. 닫힌 문 앞에 멈춰 서서 한참을 바라보다 "저도요.."라고 자그맣게 중얼거려 보았다. 나는 쉬고 있다. 그들처럼 더워서 쉬는 걸까. 글쓰기를 쉬는 것도 사장님들이 가게 문 닫는 것만큼 고민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매일 쓰기의 힘을 믿었다. 나도 바뀌었다고 믿었다. 반년을 쭉 써오는 건 좋으면서 또 힘들었는데 한 번 턱, 무언가에 걸리고 나니 끄집어내지지도, 계속 생각하게 되지도, 나아가지지도 않았다. 지금도 가벼운 마음으로 쓰러 오지 못했다. 스스로 읽힐만한 글이 아니라 생각하니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내 의무감으로 무겁게 문을 연다. 계속해서 열지 못할까 봐.
몇 주가 쉽게 갔다. 머리도 식힐 겸, 글 쓰는 것으로부터도 휴가 같은 거라 생각하고 쉬었다. 글을 멈추니 끓는 생각들은 통제가 쉬워졌다. 글이 무엇을 대변하고 있던 것인지 생각해봐야 했다. 그리고 힘들게 지켜온 습관이 무너지는 건 금방이었다. 핑계, 그 하나.
열도 좀 식고, 멍 때리기도 좀 하고, 다른 사소한 것들로 영양가 없이 글 쓰던 시간들을 메우고 있자니 또 드는 생각. 생각하지 않는 삶은 얼마나 단조로운가. 몇 주가 쉽게 흘렀듯, 이대로라면 아무 의미 없는 인생을 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선다.
조금 더 걸린 자리에 주저앉아 있던 건, 이곳의 분위기가 좀 바뀐 것을 지켜본 탓도 있었다. 글 쓰는 수단을 이리저리 바꿔보면서 가장 마음에 들어 정착한 이곳에서는 글의 의미를 자꾸만 떠올린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여겨지던 이곳, 누구에게나 의미는 다르더라도 어쩔 수 없이 다수에 의해 결정지어지는 느낌만은 바뀌는 것이 아니기를. 더 좋은 의미와 계기이면 좋겠다고 잠시 생각했다.
<이번주는 쉽니다>란 글을 보고서야 내가 마냥 손 놓고 쉬고 있었음을 겨우 깨달았고, 돌아오는 것 또한 무언가 핑계가 필요했다. 나는 이제 예전만큼 시간이 많지 않을 예정이라, 그래서 다시 한번 시작해 둬야 가끔이라도 쓸 수 있게 될 것이었다. 단단히 멈추어버린 뒤, 계속 쓰려면 고삐도 좀 필요하다는 걸 느꼈지만 그 또한 어떤 방식이어야 할지는 쓰면서 부딪혀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