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 같은 소리만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평범한 인간들이 가장 불행한 순간은, 개똥 같은 소리를 하루 종일 반복해야 한다는 거다. 누가 내 대가리에 코딩을 해놓은 것도 아닌데, 무수한 사람들에게 똑같은 멘트를 반복해서 날리고 있는 나는 무엇인가. 하루 종일 반복하는 이 멘트가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으며, 나는 나의 유한한 시간을 왜 이딴 개똥 같은 소리에 낭비하고 있는 걸까.
나는 누구였고, 누구이고, 누구일 수 있을까.
아니, 내가 온전히 내 스스로의 선택으로 누구인 적이 있긴했나??!!
됐고, 명절이다.
목요일 연가를 냈다. 이 시간에 침대에 눕지 않고 이렇게 뻘소리를 두들기고 있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간만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생각에 벌써 설렌다. 간만에 영화를 볼까 박찬욱 신작이 나왔다던데. 첨단에 베이글을 맛깔나게 하는 집이 생겼다던데 혼자 우아하게 카페에 앉아서 내가 누구인지 마저 생각해 볼까. 설마 하니 막상 내일이 오면, 정신없이 일어나서 아이를 준비시켜 유치원에 보내고 안마의자 위에 뻗어 있다가 점심때쯤 이것저것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치우고 청소기 돌리고, 빨래를 좀 하다가, 아 여름옷 좀 정리해 볼까? 하고 문득 시계를 보니 두시. 라면이나 끓여 먹고 잠깐 안마의자 위에서 또 졸다가 시계를 보니 아차 하원시간이잖아!라고 하진 않겠지. . 이거 왠지 예언글이 될 거 같은데.
고작 하루인데도 늘 내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늘 이것저것 계획을 세워보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시간은 보란 듯이 제 갈 길을 간다. 생각과 다른 하루들이 쌓이다 보면 비뚜름한 인생의 바벨탑 위에서 아무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고유하고 진부한 최후의 순간을 맞게 되겠지. 원래 이렇게 새벽 두 시쯤 되면 괜시리 인생이 덧없이 느껴지나 보다. 누군가에게 날리고 싶은 '...자니' 폭탄이 불발탄이 되어 뒤늦게 내 대가리에서 터지는 모양이다. 하기사 남의 카톡에서 터지는 것보단 나으니까 뭐.
미쳐간다.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