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 콘서트에 다녀왔다. 평소에 즐겨 들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히 좋아했던 것도 아닌데, 돌연 은퇴선언을 하고 마지막 투어라고 해서 충동적으로 결정했다.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대와(물론 하한선이 좀 높았다.) 고른 성별(남성이 많을 줄 알았다)에 놀랐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아 저런 멋짐은 당연히 여자들이 더 환장하는 게 당연한데 왜 남자들이 더 좋아한다고 생각했는지 내 자신에게 되물어야 했다. 아마도 그 .. 고해 때문에 생긴 편견이 아닐까 싶다.
은퇴 이유는 , 본인이 가진 것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느껴져서 지금 좋을 때 물러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그런 어려운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사람은 조금이라도 할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내려놓지 않고 싶은 게 아니었나. 할 수만 있다면 하루라도 더 하고 싶은 게 아니었나. 40년을 해왔던 일을, 직업의 특성상 본인의 존재를 규정하는 듯한 일을 , 가장 잘하는 일이자 그것밖에 할 줄 모르는 그런 일을 내려놓는 마음이란 어떤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진 것이 점점 줄어든다는 자각, 자연스러운 노화와 쇠락에 대한 인정도 쉽지 않은 일인데 박수칠 때 떠나겠단 마음을 먹는 사람은 어떤 인생관과 심지를 가진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잘 모르던 한 인간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는 마음이었다. 심지어. 박수칠 때 떠나는 정도가 아니었다. 노래를 저렇게 뒷골 서늘하게 잘하는데 뭐가 줄어든다는 거지.. 전성기땐 대체 어쨌다는 거야 싶은 실력이었다.
살면서 좋은 늙음, 어른다움, 혹은 자기 일에 대한 진지함과 열정, 진지한 숙고와 깊은 생각을 목도하는 일이 쉽지 않아 진 세상이다. 유치원 때나 당연하게 배웠던 삶의 가치들은 어느 순간 보기 드문 하나의 구호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래서인지 아주 조금의 진지함만 보여도 나는 자꾸만 마음이 간다.
나는 남의 삶에 대해 잘 모르고, 특히나 보여지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않는 편이다. 뭘 보여주고 싶은지는 그들이 결정할 문제고, 그들이 무엇을 결정하든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기 마련이다. 애초에 티브이를 잘 보지도 않고 딱히 관심을 갖지도 않지만, 그저 박수칠 때 떠나겠다는 다짐을 하고 사람들 앞에 선 한 사람에 대해 인간적으로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세상에 그렇게 좋은 목소리는 처음 들어본 거 같은데! 아직 너무 아쉽지만, 솔직히 멋있었다. 잘하는 것도 멋있고, 백발의 긴 머리를 묶고 노래하는 모습이 마이크가 아니라 금도끼를 든 산신령 같기도 하고, 그럼에도 떠나겠다고 하는 사람의 인간적 고뇌도 멋있었다. 정말이지 홀리했다. 산신령과 신선과 인간의 어디쯤인 롸커의 공연에서 왜 공익광고 같은 감동을 느끼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간 바빠서 일기를 거의 못썼다. 개인적으로 아이 졸업식도 있었고, 휴직도 했고(임재범과 달리 환호성을 지르며 한치의 아쉬움 없이 휴직계를 일초만에 썼다.) 기념할만한 일도 많고 기록할만한 일도 많았지만 임재범콘서트가 얼마나 임팩트가 있었던지( 나 태어난 년도에 발표한 노래들을 부를 때의 기분이란) 다른 일들은 별로 생각이 안 난다. 특히나 이 콘서트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것은 고해의 재발견이다. 나는 이 노래를 술 취한 남자들이 지랄병이 걸렸을 때 부르는 노랜 줄 알았다. 세상에 뭐 저런 노래가 다 있나 금지곡이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하아. 임재범이 부르는 거 듣고 왜들 그렇게 절규하며 불러제끼는지 이유를 알 거 같았다. 그래 저 사람이 앞에서 저 노래를 부르면 만 명의 여자가 울겠구나 싶었다. 아무도 따라 부르지 못하게 경고문이라도 미리 발표했었더라면 이 노래의 진가가 이토록 후려쳐지진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진쯔 … 산신령 같은 할아버지한테 반했나 보다.